권성동 원내대표는 물러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4-25 12: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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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과 관련해 25일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지난 22일 ‘정치인들 협잡’이라는 비난을 받는 국회의장 중재안은 사실상 파기되었고, 국민의힘은 의총 또는 입법공청회 등을 통해 법안에 대한 재논의 심사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뒤늦게나마 중재안의 문제를 깨닫고 재논의 결정을 내린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로 인해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고, 민심이반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야합’을 주도한 권성동 원내대표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그는 뒤늦게 “재논의가 필요하다”라며 고개를 숙였을 뿐, 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해선 아무 말이 없다. 책임지고 물러날 의사가 없는 것이다.


물론 정치는 대화와 타협의 기술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유불리 문제에 국한하는 것이지, 정의냐 불의냐 하는 문제까지 ‘타협’이라는 명분으로 적당히 얼버무려서는 안 된다.


이를테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같은 경우는 정당의 유불리 문제이기 때문에 대화와 타협으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검수완박’의 문제는 유불리의 문제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문제로 결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런데도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어느 모로 보더라도 사회 정의 및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중재안에 ‘덜컥’ 서명한 데 대해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실제로 그는 “소수당 원내대표로서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중재안을 마련하는 차악(次惡)을 선택했다”라며 “검수완박을 저지할 시간을 벌었다”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국민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게 뭔지 모르겠다.


원안과 비교할 때 중재안은 단지 정치인들 자신과 고위공직자에 대한 검찰 수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차악’이 아니라 ‘최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검찰이 공직자와 선거 범죄 수사를 못 하게 하면 공직자 비리나 선거사범에 대한 국가의 범죄대응역량이 크게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빤하다. 결국, 정치인들만 ‘부패완판’ 하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또 중재안이 부패·경제 분야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한시적으로 남겨뒀다고는 하나, 종국적으로는 수사권을 전부 빼앗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검사를 범죄 수사와 인권 보호의 주재자로 예정하고 있는 헌법 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는 점에서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특히 권성동 원내대표는 검찰의 보완 수사를 가능하게 했다고 자평하지만, 그것도 단일성, 동일성이 있는 범죄만 수사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어서 해석 여하에 따라 해당 범죄 외에는 일체의 여죄 수사를 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의석이 부족해 어쩔 수 없었다고 구차하게 합의를 변명하는 권성동 원내대표를 보면, 황실의 보존을 약속받고 일제에 나라를 갖다 바친 대한제국의 매국노들이 연상돼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숫자가 부족하니 불의에 굴복해야 한다는 말인가.


아니다. 오히려 그럴수록 국민을 믿고 힘들더라도 꿋꿋하게 나아가야 한다.


그런데도 권성동 원내대표는 대부분의 반헌법적 핵심 내용은 손도 대지 못하고, 단지 얼마 동안 부패·경제 분야 범죄를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양보를 받아냈다는 것을 협상의 성과라고 내세우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한가. 그런 성과를 냈으니 자신에게 책임을 묻지 말라는 것인가.


하지만 과연 이런 자가 보름 후면 집권당이 될 원내대표 자격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공정과 상식은 안중에도 없이 ‘정치인들의 협잡’에 나선 권성동 원내대표는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남이 마땅하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그 자리에서 버티면 버틸수록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출마하는 후보들은 피해를 보게 될 뿐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당을 위해서나 국민을 위해서라도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선당후사의 모습을 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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