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표 ‘안심소득’은 대박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5-22 12: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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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서울시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의 핵심 공약인 하후상박형 복지제도인 ‘안심소득’ 시범 사업에 시동을 걸었는데 그야말로 대박이다.


오세훈 표 안심소득은 가구별 소득에 따라 현금을 차등 지원하는 선별복지로,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진보 진영이 주장하는 보편복지인 기본소득에 대항해 등장했다.


물론 안심소득의 개념을 가장 먼저 제안한 것은 오 후보가 아니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대표적 우파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이다. 프리드먼은 자신의 저서 ‘자본주의와 자유’에서 일정 소득 이상에는 세금을 매기지만 그 이하 계층에는 부족분을 지원하는 선별복지 제도인 ‘음의 소득세’를 제안했다. 오 후보는 이걸 발전시켜 자신의 정책으로 만들고 우선 시범 사업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민의 반응이 뜨거웠다.


서울시가 지난 3월 28일부터 4월 8일까지 12일 동안 1차 안심소득 지원 대상을 모집한 결과 500가구 모집에 3만 4000여가구가 신청해 경쟁률이 67대 1을 기록했다.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온라인과 콜센터를 통해 참여 가구를 모집한 결과다.


최종 안심소득 지급 대상자로 선정되면 매월 기준 중위소득 85%와 가구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지원받게 된다. 예컨대 소득이 없는 4인 가구의 경우, 월 217만 원을 지원받게 된다. 소득이 없는 1인 가구의 경우 월 82만 7000원을 지원받는다.


기존에는 일정 소득이 생기면 지원자격을 박탈했는데 안심소득 모델은 어느 정도 평균 지원을 지방정부가 해주고 나머지 부분은 수혜자의 근로의욕에 따라 더 많이 일하면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다.


오세훈 후보는 “복지 혜택을 받으면서도 근로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이른바 '복지와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획기적인 실험”이라며 자신이 설계한 복지브랜드 '안심소득'의 정착과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안심소득 제도는 본인이 번 것에 정부지원금까지 합치면 일을 많이 한 사람의 합계가 더 커지는 구조이기에 지금처럼 한번 기초수급 대상이 되면 평생을 기초수급 대상자로 살 수밖에 없는 시스템과는 다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세계가 서울시의 오세훈 표 안심소득 시범 사업을 주목하는 이유다.


현재 서울시가 추진하는 안심소득은 선정된 가구가 중위소득 85%와 가구 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지원받게 되는 시범 사업으로서 미래 복지시스템의 가능성을 검증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말 그대로 시범 사업이다. 따라서 대상 가구는 서울시 전체 가구가 아니라 예산 범위 내에서 할 수밖에 없다. 대안적 복지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각국의 실험 방식들과 비교해 볼 때 안심소득의 표본 규모가 결코 작은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오 시장이) 안심소득을 자랑하는데 안심소득이란 게 500명에 정책실험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500명 정책실험 갖고 홍보하는 것"이라고 깎아내렸다.


이에 오세훈 후보는 "취지를 전혀 이해 못 하신다"라며 "시범 사업을 수만 명 갖고 할 수 있나. 독일에서는 그보다 적은 숫자로 기본소득 실험을 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복지틀을 완전히 바꾸는 큰 사업을 갑자기 시행할 순 없고, 한 2,3년 정도 시범 사업을 하면서 각종 장단점을 검토한 후에 보완해서 중앙정부와 협의해서 윤석열 정부 내에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맞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실 이 사업은 중앙정부의 협조 없이는 할 수 없는 사업이다. 기초수급자제도를 비롯해서 차상위계층에 대한 보호 대책 같은 틀을 모두 바꾸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자면 시범 사업이 필요하다. 그 시범 사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보자는 송영길 후보의 태도는 옳지 않다. 오히려 자신의 브렌드인 안심소득을 실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시범 사업부터 추진하는 오세훈 후보의 진중한 모습에 박수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다.


서울시민에게 서울시장 후보의 소속 정당이 어디냐 하는 건 중요하지 않다. 다만 누가 서울시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올바른 정책을 추진하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세훈 표 ‘안심소득’은 비록 경쟁자의 정책이라 할지라도 서울시민의 복지를 위한 정책이니만큼 송영길 후보가 반대해선 안 된다. 잘 모르면 그냥 침묵하는 게 상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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