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이번이 기회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3-15 12: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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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이 윤석열 당선인에게 바라는 것은 정치개혁이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헤럴드의 의뢰로 지난 10일∼11일 전국 18세 이상 10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은 윤 당선인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개혁과제로 정치개혁(27.3%)을 으뜸으로 꼽았다. 이어 검찰개혁(21.9%), 언론개혁(17.0%), 노동개혁(9.8%), 관료개혁(9.0%), 재벌개혁(5.3%) 등으로 나타났다.


최우선 국정과제 역시 경제성장·일자리 창출(24.4%)에 이어 정치개혁·부패 청산(23.6%)이 꼽혔다. (이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이며,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민은 승자독식 선거제도와 패권 양당제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이걸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높고 몇 차례 시도도 있었으나 패권 양당의 탐욕, 특히 누구든 대통령이 되고 나면 제왕적 대통령 권력에 도취 되어 이를 반대하는 탓에 번번이 좌절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를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론으로 정치 개혁안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진정성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지난 총선에서 비례대표용 ‘위성 정당’을 만들어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무력화한 당이 바로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치개혁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면 지난 총선에서 국회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한 민주당이 독자적으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실제로 민주당은 그동안 의석수를 앞세워 각종 입법독주를 자행해 왔다. 그런 데 2년간 정치개혁을 위해선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위기의식에서 일단 던지고 보자는 식으로 ‘정치 개혁안’을 당론으로 채택했을 것이란 의구심이 든다. 그게 상당한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실제로 당론 채택 이후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의 격차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문제는 대통령 선거가 끝났는데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정치개혁 안을 추진하겠느냐 하는 점이다.


사실 선거제도를 개혁하면 곧 야당이 될 민주당은 더욱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양당제는 야당이 되더라도 집권당과 일대일 대결이 되기 때문에 출마자들은 큰 불편이 없다. 그러나 다당제가 되면 1여(與) 대 다야(多野) 대결 구도로 진행되는 탓에 민주당 출마자들은 상당히 어려운 싸움을 해야만 한다. 따라서 민주당은 어떤 핑계를 대든 자신들이 당론으로 채택한 정치개혁 안을 백지화하려 들 것이다.


하지만 곧바로 6.1 지방선거가 있다는 점에서 그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를 백지화하면 ‘폭망’할 것이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정치개혁을 할 적기다.


어쩌면 국민이 가장 열망하는 정치개혁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윤석열 당선인과 여당이 된 국민의힘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지도 모른다.


낡은 기득권 양당 정치 체제를 조속히 교체하라는 국민의 경고가 여론 조사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된 마당이다. 윤 당선인 역시 후보 시절 TV 토론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중대선거구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다당제가 소신”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그렇다면 정치개혁의 걸림돌은 모두 제거된 셈이다.


여야 패권 양당의 합의로 3월 국회에서 선거법 개정을 최우선으로 다룬다면 당장 코앞의 6월 지방선거부터 적용할 수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가 다당제 시대를 여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도 국회 압도적 다수당인 민주당의 의지가 중요하다. 대선 중에 발표된 정치개혁 과제가 단지 선거용이 아니라면 당장 기초의회 중대선거구제 강화를 비롯한 정치개혁이 실현될 수 있도록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구태의연하게 주도권 다툼을 벌여선 안 된다.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실질적인 정치개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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