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김종인과의 결별 잘했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11-23 12:09:42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필 고하승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에 걸림돌로 작용하던 한 노회한 정치인의 ‘전권’ 욕심이 결국 자신을 구렁텅이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실제 윤석열 후보가 ‘전권’을 요구하는 김종인 전 비대상대책위원장 없는 선대위를 꾸리는 쪽으로 결단을 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미 분위기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윤 후보는 23일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직 수락 여부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이날 오전 MBN 보고대회 '모빌리티 혁명 신(新)문명을 열다'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나 '김 전 위원장이 며칠 더 고민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데, 입장이 궁금하다'라는 질문에 "모르겠다. 그 양반 말씀하는 건 나한테 묻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김 전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에는 아예 답하지 않았다.


김종인 전 위원장도 “오늘부터 내 일상으로 회귀하겠다”라며 “정치 문제 얘기하고 싶지 않다”라고 잘라 말했다.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사실상 결별을 선언한 셈이다.


사실 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그동안 윤석열 후보는 '김종인 없이 갈 수도 있다'라는 뜻을 주변에 여러 차례 밝혔다고 한다.


실제로 윤석열 후보는 전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김한길 전 대표를 후보 직속의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김병준 전 위원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당 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각각 선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총괄선대위원장 입성이 기정사실화됐던 김 전 위원장에 대해선 “김 전 위원장은 하루 이틀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 본인께서 최종 결심하시면 그때 최고위에 (안건을) 올리겠다”라고 말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유력했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빼고 이준석,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선임 안건을 처리했다. ‘김종인계’로 분류되는 김병민 당 대변인의 선대위 대변인 인선도 미뤄졌다.


이는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의 합류 없이도 선대위를 출범시킬 수 있다는 일종의 신호인 셈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날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결별을 선언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말았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있다.


사실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정권 교체’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뜨겁다.


여론조사 결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조사에서든 유권자의 정권 교체 열망은 매우 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민심을 수용하기 위해선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국민을 하나로 묶는 통합선대위가 출범해야 한다. 이건 상식이다.


윤석열 후보가 구(舊) 여권 출신의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와 친노 인사인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각각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과 상임 선대위원장으로 내세운 건 그런 이유다.


그런데 자신이 ‘원톱’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것 같다.


실제 그는 전날 이준석 대표와의 비공개 회동에서 윤석열 후보의 이른바 '패싱' 인사에 강한 불쾌함을 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위원장은 아직 자신의 합류 여부를 확정 짓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가 이뤄진 데다, 선대위가 자신과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의 사실상 '3각 구도'로 비치는 데 대해서도 불만이 컸다.


그러자 전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이 같은 내용을 전달받은 윤 후보는 ‘원톱’인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인선을 미룬 채 이준석, 김병준 상임 선대위원장 임명안만 안건으로 올리는 초강수를 두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을 ‘상왕’으로 하는 ‘원톱’ 선대위 대신 ‘통합’에 주안점을 둔 ‘국민’ 선대위를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


경선과정에서 지나치게 우(右) 편향 행보를 보여왔던 윤석열 후보는 이제 산토끼를 잡기 위해 중원으로 나가야 한다. 과거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했던 호남 출신 인사들과 바른미래당에서 유승민 일파와 사투를 벌였던 인사들까지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슬아슬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압도적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도 윤석열 후보의 삼고초려가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라도 ‘나 아니면 안 된다’는 김종인과의 결별은 잘한 선택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뉴스댓글 >

주요기사

+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