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이태규는 답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2-27 1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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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7일 “오늘 오전 9시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으로부터 단일화 협상 결렬을 통보받았다”라고 밝힌 것.


물론 윤석열 후보는 이런 상황에서도 “단일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라며 “지금이라도 안 후보가 시간과 장소를 정해주신다면 제가 지방을 가는 중이라도 언제라도 차를 돌려 직접 찾아뵙고 흉금을 터놓고 얘기를 나누고 싶다. 안 후보 화답을 기다리겠다”라고 마지막까지 단일화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 단일화 협상이 물밑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런 소식은 충격적이다.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앞서 안철수 후보는 지난 13일 윤 후보에게 여론조사를 통해 야권 단일후보를 정하자고 일방적으로 제안했다가 지난 20일 역시 일방적으로 ‘결렬’을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안철수의 결렬 선언과는 별개로 물밑에선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전권을 가진 대리인으로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1시경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협상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공개했다.


윤 후보의 기자회견에 따르면, 양당의 정권 대리인이 전날 오후 2~4시까지 만나 최종합의를 이루었고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에게 그 합의 내용이 보고됐다.


사실상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일정 조율만 남겨둔 상태였다.


그런데 국민의당 측에서 그날 저녁에 다시 “그동안 완주 의사를 표명해온 안 후보에게 완주 철회를 위한 명분을 조금 더 제공해달라”라고 추가 요청했고, 이에 윤 후보는 흔쾌히 “그러면 제가 안 후보 자택을 방문해 정중한 태도를 보여드리겠다”라고 전달하며 답변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답변은 없었다.


그리고 양측 전권 대리인인 장제원 의원과 이태규 의원이 이날 새벽 0시 40분부터 새벽 4시까지 협의를 다시 진행했다. 이태규 의원은 “오늘 오전에 기자회견 열어서 안 후보에게 회동을 공개 제안해 달라”고 다시 새로운 요청을 했고, 윤 후보는 기꺼이 이런 요청까지 모두 수락했다.


그러자 이태규 의원은 이날 오전 7시까지 안철수 후보와의 회동 여부를 포함해 회동할 장소와 시간을 정해 알려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다리던 답변 대신 안 후보는 이날 9시 느닷없이 ‘단일화 결렬’을 일방 통보하고 말았다.


대체 왜 이런 황당한 일어 벌어진 것일까?


윤석열 후보는 결렬 이유에 대해 “이유를 알 수 없다. 그쪽에서도 '이유가 뭐냐'고 하니 ‘모르겠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권교체를 바라고 야권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는 국민은 그 이유를 알 권리가 있다.


전권 대리인의 협상 내용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나 최종 협상이 마무리됐고, 안철수 후보 측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하고 그쪽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음에도 모든 협상을 백지화한 이유가 무엇인가.


안철수 후보는 이런 의문에 답할 의무가 있다.


혹시 처음부터 야권후보 단일화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만일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의 비난이 두려워 마치 단일화를 할 것처럼 쇼한 것이라면 이는 국민을 우롱한 행위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보내는 구애의 손짓에 이끌려 혹시라도 ‘연정 파트너’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에 단일화를 거부한 것이라면 이 역시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열망에 반하는 것으로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투표용지 인쇄 전날까지도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전투표 개시일(3월 4일)이 데드라인이다. 사전투표 전 단일화가 성사되면 투표소에 안내문을 게시하는 형태로 후보 ‘사퇴’를 알리게 된다. 이 시점을 넘기면 본투표(3월 9일) 하루 이틀 전까지 단일화 문제로 피 말리는 싸움이 이어질 수 있다. 그걸 즐기는 것이라면 그대는 정치할 자격이 없다.


협상의 결렬 이유가 무엇인지 안철수와 이태규는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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