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이낙연 등판론 ‘솔솔’…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2-26 12: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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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김부겸-이낙연 등판론이 ‘솔솔’ 흘러나온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당이 크게 흔들리는 까닭이다.


계파와 상관없이 겉으로는 ‘정부·여당과 검찰의 탄압 속에서 똘똘 뭉쳐야 한다’라며 같은 목소리를 내지만, 그들의 속내는 각기 다르다.


불과 한두 달 사이에 이 대표의 왼팔과 오른팔 격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실장이 구속되자 이재명 리스크를 현실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장 비명계에선 거취 결단을 압박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친명계는 ‘일부의 목소리’라며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지난 23일 오전 춘천 민주당 강원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소환 통보에 대해 "이번 정권의 망나니 칼춤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의 파렴치한 야당파괴 조작수사 최전선에서 당당히 맞서 싸워 이기겠다"고 말했다. 이는 28일 검찰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이 대표가 소환에 응하지 않는다면 3~4차례 재소환 통보를 할 것이고, 이후에도 회기가 계속된다면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보낼 수 있다. 이 대표가 소환에 불응하는 동안 임시국회 회기인 내년 1월 9일이 지나면 체포 영장을 발부할 수도 있다.


검찰 소환 불응이 이 대표의 입지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처지에서 다급한 이재명 대표가 친문계와 DJ계에 긴급구조요청까지 보냈으나 그게 해법이 될지는 의문이다.


그들은 이미 이재명 대표의 퇴진에 대비해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이낙연 전 대표를 구심점으로 삼기 위해 물밑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친문계는 옥중에 있는 친문 적자(嫡子) 김경수 전 지사를 띄우다가 여의치 않자, 김부겸 전 총리 등 당내 합리적 인사들과 접촉하는 등 새 구심점 찾기에 나선 모습이다. 당내 대표적 비명계인 친낙(親이낙연)계는 오는 1월 미국에 체류 중인 이낙연 전 대표를 만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정치권에선 이들의 움직임을 ‘포스트 이재명’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7년 대선을 계기로 이 대표와 사이가 좋지 않았으나 지난 대선과 이후 과정에서는 이 대표를 지원해온 친문 인사들 사이에선 최근 ‘이대론 안 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들은 최근 당내 거물급 인사들 접촉에 나섰으며, 그중 한 인사가 김부겸 전 총리라고 한다.

 

친문계 내에서 계파와 관계없이 두루 친하고 균형이 있는 김 전 총리를 이재명 대표 이후의 대안 중 하나로 생각하고 접촉하고 있다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흘러나온다.


물론 김부겸 전 총리 측은 이 같은 관측을 부인하고 있으나 정치는 생물이다. 이재명 대표의 리스크가 커지면 김부겸 등판론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이 대표가 신년 초에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방문하기로 하는 등 친문계에 SOS를 보낸 것은 이런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하지만 친문계만 막는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친명계와 가장 사이가 좋지 않은 친낙계의 움직임도 이 대표에게는 아픈 대목이다.


이 대표를 향해 가장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이들이다. 친낙계 좌장인 설훈 의원은 사법 리스크에 휩싸인 이 대표가 거취에 대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이 대표가 초선의 정태호 의원을 민주연구원장으로 임명하는 등 낙연계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지만, 이미 버스는 떠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책통'이라 불리는 정태호 의원의 경우 지난해 대선경선 당시 이낙연 캠프에서 정책을 담당한 바 있으며, 당시 경선 때 이재명 대표의 '경기지사직 유지'를 문제 삼으며 공세를 펴왔다.


그런 정 의원을 중용한 것은 낙연계를 향한 읍소로 해석된다.


그러나 친낙계는 세를 결집하며 이미 이낙연 전 대표 등판 준비에 돌입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친낙계 중심 ‘연대와 공생’ 포럼이 지난 11월부터 재가동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또 설훈 의원을 포함해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오는 1월 미국을 찾아 이 전 대표를 만날 계획으로 알려졌다. 설 의원은 ‘인사차 가는 것이고 당내 상황과는 무관한 일정’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등판 계획 등 앞으로의 행보를 논의하는 자리가 되지 않겠냐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재명 대표가 아무리 발버둥 치더라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다. 당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는 한 해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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