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에 김의겸 ‘너마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1-27 12: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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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이 그렇지 않아도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어려운 상황인데 ‘김의겸 리스크’까지 악재가 겹쳤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구속하고 이 대표와 주변인들의 수년 치 계좌 추적에 나서자 ‘강제수사 임박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진상과 김용 등 측근들이 대장동 일당에게서 받은 돈이 이 대표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적에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우려했던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당내 비명계 의원들은 민주당이 ‘이재명 방탄정당’이 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김종민 의원은 "현재 검찰 수사의 목표가 민주당을 '방탄정당'으로 만들어 민주당 전체의 신뢰도를 깨는 것"이라며 “그런데 정당의 지도부가 나서서 이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러면 너희 방탄을 위해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재명 방탄이 ‘제2의 조국 사태’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박용진 의원도 "저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이재명 대표와 그 주변 측근들의 혐의에 대해 사법적으로 아는 게 별로 없지 않나"라며 "당이 검찰과 사법적 진실 공방을 서로 주고받는 주체로 나서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비명계 목소리에 아직은 힘이 실리는 분위기가 아니다.


여전히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는 강경파가 득세하는 상황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지금 상황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리더십 대체론이나 지도부를 흔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타당하지 않다"라며 "지금은 당 안팎으로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당 대표 중심으로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검찰에 역공을 가하면서 당내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침묵을 지켜오던 이 대표가 "언제든 털어보라"며 검찰을 도발하고 나선 것.


이 대표의 이 같은 작심 비판 이후 당도 이 대표를 적극 지원사격하고 나섰다.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서울중앙지검 관련 검사들을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경찰에 고발 조치를 검토하겠다며 공세에 합류했다.


위원회는 "언론의 단독 보도 뒤에 숨은 검찰의 낙인찍기, 망신주기 수사가 도를 넘었다"라며 "헌법에 명시된 '무죄 추정의 원칙'을 멋대로 위반한 채 언론플레이, 여론재판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공세는 지도부가 당내에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당 결속을 다지는 한편 당내의 직접 해명 및 유감 표명 요구를 차단하고 단일대오를 유지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돌발적인 ‘김의겸 리스크’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해선 ‘불난 집에 기름 끼얹는 격’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 의원은 지난달 24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30여 명과 심야 음주 가무를 즐겼다’라는 취지의 이른바 ‘청담동 심야 음주’ 의혹을 최초로 제기했으나 한 달여 만에 허위로 판명됐다.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에 김 의원은 결국 유감을 표명했지만, 당 안팎에서는 ‘진정한 사과를 하고 대변인직에서 사퇴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의혹 부풀리기에는 당내 핵심 인사들도 동참해 당 차원의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해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한 사람의 거짓말을 공당의 대변인이라는 사람이 어떤 확인 절차도 없이 폭로하고 세상을 시끄럽게 한 잘못은 매우 무겁다"며 "일부 유튜버들이 돈벌이를 위해 펼치는 마구잡이식 폭로를 대변인이 가져오면서 야당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신경민 전 민주당 의원도 “같은 기자 선배로서 좀 나무라고 싶은 생각이 든다”며 “대변인 정도는 물러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가뜩이나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로 어려운데 김의겸 리스크로 민주당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카이사르가 “부루투스, 너마저”를 외쳤듯, 민주당 당원들은 지금 “김의겸, 너마저”를 외치며 한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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