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국민저항운동 경고한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5-03 12: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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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이 3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 처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내용과 입법 절차상 중대한 흠결이 있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은 마땅히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것은 헌법 준수와 법률의 최종 집행 책임을 지고 있는 대통령에게 주어진 당연한 책무다.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내용의 불합리성 및 위헌성 논란과 함께 국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안의 심의 절차를 온전히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대한 문제가 있다. 의회주의 및 법치주의 이념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다.


8년 전 제도화한 국회선진화법은 다수당의 입법 독주를 막고 소수당의 의견까지 두루 살피는 숙의를 거쳐 중요한 입법 현안을 풀어가도록 했지만, 검수완박 법안의 처리 과정은 그렇지 않았다.


국회선진화법은 다수당의 입법 독주를 지양하고 법안을 숙의하기 위해 여야 동수의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사보임과 꼼수 탈당 등으로 법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법안이 상임위원회에 회부 된 날부터 15일이 지나지 않으면 안건으로 상정할 수 없다는 규정과 안건 심사 시 전문위원 검토보고를 통해 대체 토론 후 소위원회에 회부 해야 한다는 규정 등도 지켜지지 않았다.


한국법학교수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검수완박 법안의 처리가 ▲법률안은 위원회에 회부된 날부터 15일이 지나지 않으면 회부할 수 없다는 국회법 제59조 ▲회부된 법률안의 주요내용 등을 10일 이상 입법예고하도록 한 국회법 제82조의2 ▲위원회는 안건심사 시 먼저 전문위원의 검토보고 등을 듣고 대체토론 후 소위원회 또는 인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하도록 한 국회법 제57조의2 및 제58조 ▲위원회는 중요한 안건 등의 심사를 위하여 공청회 또는 청문회를 열어 의견을 듣도록 한 국회법 제64조 및 제65조 ▲본회의는 법률안에 대한 심사를 마치고 의장에게 그 보고서를 제출한 후 1일이 지나지 않으면 그 법률안을 의사일정으로 상정할 수 없다는 국회법 제93조의2 규정들을 위반하는 등 5가지 국회법 규정을 어겼다고 지적했다.


국회법상의 입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검수완박 법안은 중대한 위법성이 있다.


법학교수회는 "입법 과정은 주권자인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내용의 정당성뿐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을 함께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용도 문제가 많다.


법안이 시행되면 고발인의 이의신청 권한이 박탈돼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선의의 고발이나 내부 비리에 용기를 낸 공익제보자의 호소는 법으로 가로막히게 된다. 설사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진범, 공범, 추가 피해 및 범죄수익환수를 위한 수사를 할 수가 없어 억울한 국민의 서러움을 달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없어진다.


또 공직자범죄, 부정선거, 방위사업 비리, 대형재난 등 국가의 근본을 위협하는 중대범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게 되면서 공공의 안녕질서에 심각한 공백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6일을 남겨두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검수완박’ 법안을 공포할 경우, 각계의 강한 반발이 터져 나올 것은 불 보듯 빤하다.


이미 변호사 단체들과 교수단체들은 ‘검수완박’의 위헌성과 국민 기본권 침해를 지적하며 헌법소원 등을 통한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과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헌변)은 시민 1만명의 이름으로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국 377개 대학 전·현직 교수 6000여 명으로 구성된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도 전날 긴급성명을 통해 “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명백한 위헌”이라며 “법안 통과 즉시 위헌 소송을 제기하겠다”라고 밝혔다.


같은 날 진보성향의 참여연대도 논평을 통해 고발인이 경찰 불송치 사건에 대해 이의신청을 못 하게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 “공익 사건이나 사회적 약자 보호가 필요한 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암장’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라며 “이의신청권을 배제하는 수정안은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렇듯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민의를 외면하고 반나절 만에 관련 법안을 공포해 버린다면 ‘검수완박’ 반대는 국민저항 운동으로 진화할 것이고, 6.1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당에는 악재가 될 것이다.


마지막 경고다. 문 대통령은 내용과 절차상 흠결이 있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시라. 이 당연한 책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묻는 날이 반드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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