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당무 우선권 존중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11-15 12:21:14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필 고하승

 

 

당무 우선권을 놓고 갈등을 빚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이준석 대표 간에 이상기류가 15일 공개적으로 표출됐다.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을 예고했던 윤 후보가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당 공보실은 이날 오전 기자단 알림을 통해 윤 후보는 다른 일정 관계로 불참 의사를 전해왔다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선대위 인선을 둘러싼 지도부 내 갈등이 가중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의 모습 역시 그런 분석에 무게를 더했다.
 

실제 공개발언을 패스한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 내내 침묵을 지키고, 비공개 시간 없이 20분 만에 회의를 종료했는가 하면, 백브리핑(공식일정 중간에 기자들의 즉석 질문을 받는 것)마저 생략했다.
 

평소 기자단과 자유로운 토론을 즐기는 편인 이 대표가 공개발언을 생략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어서 당무 우선권 갈등이 표출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를 둘러싼 갈등은 이준석 대표가 최근 JTBC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무 우선권이라는 걸 쓸 정도가 되면 당 대표랑 대선 후보가 치고받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다.
 

이 대표는 굳이 불편한 비유를 하자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쓸 때면 파국인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당 대표 권한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국민의힘 당헌 제74조는 대통령 후보자는 선출된 날로부터 대통령 선거일까지 선거 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해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선 후보가 당무에 관한 권한을 우선한다는 사실을 명문화한 조항이다.
 

과거 이명박이나 홍준표 후보 당시에도 이를 근거로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사무총장을 교체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윤석열 후보가 한기호 사무총장 교체를 요구하는 상황인데도 이 대표가 버티기로 일관하는 모양새다.
 

결국, 윤 후보가 당의 살림과 조직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새 인물을 기용하고자 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나서야, 한기호 사무총장이 전날 이준석 대표를 독대하고 자신의 거취를 일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여전히 한기호 사무총장에 대한 유임의 뜻이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이후 지방선거 관리까지 한기호 총장에게 맡겨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뜻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무총장 거취 문제는 저는 윤 후보와 어떤 상의도 한 바가 없다"라고 일축하면서 "그 부분에 대해 윤 후보 아닌 다른 사람이 언론에 언급하거나 하는 것은 윤 후보에게 부담을 주는 행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자신이 임명한 사무총장에 대한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 데 대해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셈이다.
 

하지만 윤 후보 측도 '당무 우선권 다툼'에서 물러날 기세는 아니다.
 

사무총장 직을 둘러싼 양측의 이 같은 신경전은 사무총장이 쥐고 있는 당 재정권에서 비롯됐다. 300억~5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소요되는 선거 과정 중 공식 대선 자금을 사용하기 위해선 반드시 사무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사무총장을 교체하지 못하면 윤 후보는 사사건건 이 대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특히 내년 3월 대선과 함께 치를 것으로 예정된 서울서초갑 등 5곳의 재보궐선거와 대선 후 불과 3개월 만에 열리는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둘러싼 이해관계도 당무 우선권을 놓고 갈등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대표가 김종인 원톱 체제인 상왕 선대위 구성을 압박하는 것 역시 윤 후보의 당무 우선권을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게시판에 이준석을 끌어 내리자라는 당원 소환 요구의 글이 이어지는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전날 국민의힘 디지털정당위원회가 대선을 앞두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패러디한 홍보영상을 공개하자 댓글에 "대통령 후보가 누구냐", "대선 주인공이 당 대표인가", "본인 홍보 말고 윤 후보 홍보를 원한다"라는 글들이 올라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준석 대표는 대선의 주인공은 윤석열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한발 물러나서 2030 세대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옳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