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 이양희를 믿는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0-04 12: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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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이번 주에 여당은 당의 운명을 좌우할 두 번의 고비를 맞는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 효력정지 가처분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과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추가징계가 이번 주에 이뤄진다.


만일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 황정수)에서 가처분을 인용하면, 정진석 비대위뿐 아니라 여당 전체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다.


정진석 비대위는 좌초하고 비대위원 직무도 정지되기 때문에 주호영 ‘원톱 체제’에서 다시 최고위원회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최고위원은 주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과 끝까지 사퇴를 거부하고 버틴 이준석계인 김용태 전 최고위원 셋 뿐이어서 정족수가 미달 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결국, 보궐 선거로 최고위원을 채워야 하는데, 문제는 호시탐탐 당권을 노리는 새보수계 등 유승민 일파가 슬며시 최고위원 후보로 등장할지 모른다는 위험 부담이 있다. 그로 인해 당은 심각한 내홍으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사실 유승민 이준석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있는 새보수계는 박근혜 탄핵사태에서 보았듯, 보수 정권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람들이다. 자신들이 당권을 장악할 수만 있다면 아무리 같은 당 소속 대통령이라도 흔들어대고 무너뜨리는 데 주저함이 없는 부류들이다. 법원의 가처분 인용 결정이 그들에게는 윤석열 대통령을 흔들어댈 기회가 될 것이고, 그로 인해 보수 정권은 전주혜 의원의 표현대로 ‘재앙’에 가까운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이들을 겨냥해 “가까스로 정권교체가 되었는데 아직도 그들은 틈만 있으면 비집고 올라와 연탄가스 정치를 한다”라며 “출처 불명의 개혁보수 타령이나 하면서 지겹도록 달려든다”라고 비판한 것은 이런 연유다.


이런 극단적인 사태가 발생하는 걸 누군가는 총대를 메고 막아야 한다.


필자가 이양희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을 주목하는 이유다.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윤리위의 선택지는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해 제명 혹은 탈당 권유(10일 이내 탈당 신고서 미제출 시 자동 제명) 두 가지다. 이 전 대표를 제명해야만 대표 궐위 상태가 인정돼 다시 비대위를 설치할 근거가 생기고, 주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대행을 맡을 수 있다.

 

이 경우 최고위원을 보궐 선거로 뽑을 필요 없이, 주 원내대표가 다시 비대위원을 임명하면 된다.


그런데 이준석 전 대표가 정진석 비상대책위원회의 효력 등을 정지해달라며 국민의힘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서울남부지법은 4일 "가처분 사건 결정이 6일 이후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당 윤리위가 이 대표의 추가징계를 결정하는 날이 6일이다. 중앙당 윤리위는 오는 6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징계 여부와 징계 수위를 논의한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의 임기가 오는 14일까지인 만큼 이날 이 전 대표에 대한 추가징계 여부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만일 여기에서 제명 조치가 이뤄지면 명백한 ‘궐위’가 되는 것이어서 법원은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을 기각할 수밖에 없다. 설사 이준석 대표가 제명 처분에 대해 다시 가처분 신청을 하더라도 그건 이미 버스가 지난 다음의 일이어서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면 정진석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투톱’ 체제에 힘이 실리면서 당은 악몽 같았던 이준석 파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당이 안정을 찾게 되면 4일부터 내달 3일까지 진행되는 국정감사에서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문제와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 집중할 수 있다.


이번 국감에서 여당은 이전 정부의 소득경제성장 등 경제 정책과 탈(脫)원전 등 에너지 정책부터 대북·안보 정책까지 5년간의 각 분야의 실정을 지적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 대장동·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등 각종 사법 의혹도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


이준석 전 대표 한 사람의 방해로 그런 일에 당력을 집중하지 못하는 불행한 사태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따라서 이양희 윤리위원장의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 첫 번째 ‘당원권 6개월 정지’ 결정 당시에도 당 지도부와 상의 없이 독자적인 결정을 내렸던 ‘뚝심’의 이양희 위원장을 믿는다. 이준석에게 내려질 추가징계는 ‘탈당 권유’도 아니다. 오직 ‘제명’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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