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사구팽 vs 사필귀정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6-22 12: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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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성 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심의를 “토사구팽”이라고 항변한다.


자신이 잘 해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는데, 선거가 끝나니까 ‘늙은 꼰대들’이 젊고 참신한 자신을 내쫓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나 불쌍해요”, “나 억울해요” 하면서 적극적인 ‘피해자 코스프레’를 펼치고 있다. 그 모습이 참으로 가관이다.


우선 대통령선거를 이준석 대표가 승리로 이끌었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선거 과정 내내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과반에 달했다.


그런데도 고작 0.75%의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된 것은 이준석 대표의 ‘젠더 갈라치기’라는 나쁜 전략 탓이다. 실제로 203040 여성 표에서 당시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크게 밀렸다. 그로 인해 자칫하면 윤 후보가 패할 수도 있었다.


지방선거 역시 최대의 승부처라는 경기도에서 후보 단일화 없이는 이길 수 있는 근거 없는 자신감 탓에 김은혜 후보는 김동연 후보에게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 했다.


크게 양보해서 설사 이준석 대표가 두 선거를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고 해도 그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공로는 공로이고 죄의 대가는 치러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윤리위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성 상납 여부보다는 이를 은폐하기 위해 어떤 추악한 행위를 했느냐 하는 점이다.


모두가 잠든 새벽 1시에 이핵관 중의 이핵관인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을 남몰래 '성상납 의전 담당자'로 알려진 장 모 씨에게 보낸 사람이 누굴까?


그리고 김 실장이 7억 각서와 자기 이름, 전화번호를 장 씨에게 써줬는데, 장 씨가 누구를 보고 “OK” 했을까?


생면부지의 김 실장을 보고 “OK” 했을 리 만무하다.


일단 이준석 대표는 자신의 핵심 측근인 김 실장을 장 씨에게 보낸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확실한 증거가 있는 탓에 그 자체를 부인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그는 장씨가 억울함을 호소해 김 실장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나 보라고 내려보낸 것이지 회유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7억 투자 약속증서’에 대해선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한다. 김 실장도 “월 1부 이자라는 큰 이익을 약속해서 써준 것”이라며 확인서를 써준 대가가 아니라고 부인한다. 이처럼 이준석이나 김철근 모두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해명이랍시고 내놓고 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윤리위가 징계를 결정하는 건 안 된다”라며 ‘펄쩍’ 뛴다. 하지만 당 대표라면 수사결과와는 별개로 윤리위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지난해 권익위의 부동산 전수조사 결과 발표 직후 이 대표가 대상자들에게 선제적으로 탈당 권고를 한 것은 정치적으로 시의적절한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당사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탈당을 권고한 것은 지나치다고 반발했지만, 이 대표는 법보다 국민감정이 우선이라며 강행했다. 그런데 자신의 논란에는 ‘법’을 강조하는 이중성을 보이니 문제다. 당 대표 자격이 없다.


이래선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은 이른바 ‘짤짤이’ 발언으로 성희롱 논란에 휩싸인 최강욱 의원에게 당원 자격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결정했다.


당원권 정지는 민주당 당헌 당규상 제명 다음으로 높은 수위의 징계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추악한 혐의가 있는 이준석 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이하의 가벼운 징계가 내려진다면 국민의힘 윤리위원들은 국민의 질타를 받게 될 것이다.


국민의힘 당규상 징계는 제명·탈당권유·당원권 정지·경고 4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제명'은 위원회 의결 후 최고위 의결을 거쳐야 확정되지만, 나머지 3가지는 윤리위 결정 그 자체로 효력이 발생한다. '탈당 권유'는 10일 이내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별도 의결 절차 없이 곧바로 제명 처분된다. '당원권 정지'는 최소 1개월∼최장 3년이다.


민주당 최강욱 의원의 징계와 비교할 때 이준석 대표는 최소한 ‘탈당 권유’ 수준의 징계가 나와야 정상이다. 윤리위원들은 정무적인 판단을 해선 안 된다. 단지 이준석 대표의 행위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느냐 여부만 살피고 그에 합당한 결정을 내리면 된다. 다시 말하지만, 윤리위가 이준석 대표를 징계하는 것은 토사구팽이 아니라 사필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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