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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징계 심의를 일주일가량 앞두고 급기야 박성민 당 대표 비서실장마저 30일 전격 사임하고 이 대표 곁을 떠나고 말았다.
이 대표가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전선을 확대하는 등 안간힘을 쓰지만 그럴수록 고립무원의 처지로 내몰리는 모양새다.
박 실장의 당직 사퇴는 대선 승리 직후 이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기용된 지 불과 3개월여만이다.
박 실장은 지방선거 직후 이 대표의 우크라이나 방문에도 동행할 만큼, 이 대표에게는 든든한 우군(友軍)이었다. 특히 박 실장은 당내에서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인사로 윤 대통령과 이 대표 간 '가교'라는 상징성을 가졌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었다.
박 실장은 임명 당시 이 대표의 비서실장직 제안을 몇 차례 고사했으나,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이 대표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 비서실장직 수락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박 실장이 왜 갑자기 사임한 것일까?
박 실장은 이날 언론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오늘 저는 일신상의 이유로 당 대표 비서실장직을 사임했다"라며 ‘일신상의 이유’를 사퇴 결심의 배경으로 밝히고 있으나, 사실상 이 대표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손절'을 의미하는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지난 22일 윤리위 징계 심의가 열리기 전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비공개 면담을 두 차례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한 것 역시 그런 차원일 것이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은 왜 이준석 대표와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일까?
검찰총장 출신의 그로서는 아무리 집권당 대표라고 해도 윤리위에서 징계절차가 개시된 이 대표의 추악한 혐의를 감싸고 보호해주기 어려웠을 것이다.
설사 당 윤리위가 정무적 판단에 따라 눈감아 주더라도 이미 경찰이 나선 마당이어서 이를 백지화하기는 어렵게 됐다.
실제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도 이날 오전 9시 30분께 이준석 대표의 '성상납 의혹' 핵심 인물인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가 구속수감 중인 서울구치소를 찾아 접견 조사를 시작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4월 아이카이스트 의전 담당자였던 장 모 씨를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장 씨는 김 대표 지시를 받고 이 대표에게 직접 ‘성 상납’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경찰은 당시 이 대표의 운전기사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경찰 수사 결과 혐의가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나면 그런 혐의가 있는 자를 당 대표로 두고 있는 국민의힘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차기 총선에서 참패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 거리를 두려는 이유다.
사실 이 대표는 윤리위 징계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물러났어야 했다.
그런데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온갖 술수를 부리며 ‘버티기’에 들어갔다.
심지어 자신의 추악한 행위에 대한 윤리위의 당연한 징계절차를 ‘꼰대들이 젊은 당 대표를 몰아내려는 술수’라는 황당한 프레임을 만들어 전선을 의도적으로 확대하기도 했다.
당내 일부 젊은 정치인들은 그런 술수에 놀아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최고위원회 구성 문제가 이 대표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탓이다. 당내에서는 윤리위가 징계 결론을 내리면 이 대표 측이 최고위 내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하는 절차를 밟아 윤리위 결정을 무력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준석 대표가 안철수 의원이 추천한 정점식 의원과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의 임명을 반대하는 것은 그런 ‘꼼수’를 염두에 둔 탓일 게다. 하지만 당내 분위기는 안 의원에게 추천권이 있는 만큼 당 대표가 이를 거부할 수 없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윤리위 징계를 백지화할 힘을 가질 수 없다는 말이다. 이는 사필귀정이다.
사람들이 그의 곁을 떠나는 것 역시 자업자득이고 사필귀정이다.
그러니 고립무원 상태에서 당 윤리위로부터 정치적으로 사형선고를 받기 전에 스스로 대표직을 사임하고 반성하면서 후일을 도모하라. 젊은 정치인을 위한 선배의 마지막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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