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의 ‘몽니’ vs 윤석열의 ‘무능’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12-02 12:2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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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번 한 번만 형의 정치에서 주인공 자리를 후보에게 양보할 수 없느냐. 곧바로 당무에 복귀해달라.”


이는 윤석열 캠프에서 청년특보를 맡았던 장예찬 씨가 2일 잠행을 이어가는 이준석 대표에게 ‘당무 복귀’를 요청하며 올린 글이다.


그는 이날 자신의 SNS에 “이준석 대표님. 아니, 준석이 형.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형한테 공개편지를 쓴다”며 이같이 당부했다.


장 씨는 “어쩌면 이 편지 때문에 선대위에서 설 자리가 없어진다고 해도, 그래도 이 말은 꼭 해야겠다”라며 “지금처럼 취중 페북으로 폭탄 발언을 하고, 갑자기 칩거에서 부산-순천을 오가는 행보를 하는 것은 정권교체를 목전에 둔 제1야당 당 대표다운 행동이 아니다”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치기 어린 이준석 대표의 ‘잠행’ 행보가 얼마나 답답했으면, 이런 글을 올렸을까.


실제 선대위 구성과 운영 방향을 놓고 윤석열 후보와 갈등을 겪고 있는 이준석 대표는 2일 제주를 찾았다. 지난 11월 30일부터 모든 공식일정을 취소한 채 부산·여수·순천에 이어 제주까지 3일째 잠행 아닌 잠행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대선을 앞두고 당 대표가 사실상 당무를 거부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앞서 지난 29일 저녁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고 짤막한 글을 남겼다. 선대위 구성을 두고 윤 후보와 갈등이 고조되면서 당 대표직 사퇴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 내부도 둘로 쪼개지는 양상이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측은 ‘문고리 권력’을 비판하고, 윤 후보 측은 ‘이준석 패싱’으로 맞대응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 결과는 최근에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듯 윤석열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늘 공개된 여론조사 역시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지지도 격차가 좁혀진 것으로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9~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대선 4자 대결 시 윤 후보의 지지도는 34%, 이 후보는 33%로 두 후보가 1%p 격차로 초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5%,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4%의 지지율을 얻었다. 나머지 23%는 ‘태도 유보’ 응답이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윤석열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한 직후에는 이재명 후보에 10%p 이상 앞섰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다.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큰 변화가 없으나 윤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결과적으로 이준석 대표의 치기 어린 ‘몽니’가 정권교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를 수습할 생각은 않고 그대로 두고 가는 윤석열 후보 역시 문제가 있다.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이야말로 정치력이다. 그런데 윤 후보는 이 대표의 잠행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그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표가 부산에 리프레시하기 위해 간 것 같다"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꼬일 대로 꼬여버린 두 사람의 관계를 풀 해법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충청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생각해보겠다"라고만 답했다.


이 대표를 적극적으로는 달래려는 마음조차 아예 없어 보인다.


실제 윤 후보는 "무리하게 연락하는 것보다 (이 대표가) 생각을 정리하고 당무에 복귀하면 연락을 취해보겠다"라고 했다.


정치 지도자는 적대적 정당하고도 때로는 협상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조정능력이 필요하다. 하물며 같은 정당 구성원 간의 갈등조차 조정하지 못한다면 그런 사람을 어떻게 정치 지도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일차적인 문제는 이준석의 ‘몽니’이지만 이를 원만하게 수습하고 조정하는 못하는 윤석열의 ‘무능’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두 사람의 갈등이 압도적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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