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게이트’의 의미는?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2-22 1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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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의 녹취록 가운데 “이재명 게이트”라는 표현이 나온다.


21일 열린 대선후보 4인의 중앙선관위 주관 첫 TV토론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사실 범죄 혐의로 구속된 사람이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뭐라고 떠들던 그걸 사실로 단정하고 국민이 시청하는 토론회에서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한지 의문이다.


그런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법인카드’ 횡령 의혹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자, 이 후보가 답변은 하지 않고 엉뚱하게 '화천대유 관계자 녹취록'이 담긴 패널을 꺼내 들고 “'윤석열은 영장 들어오면 죽어', '윤석열은 원래 죄가 많은 사람이야', 이게 녹취록이다"라며 내용을 줄줄 읊어댔다.


이에 윤석열 후보가 "제가 듣기론 그 녹취록 끝에 '이재명 게이트'란 말을 김만배가 한다는데 그 부분까지 포함해 말씀하시는 게 어떠냐"고 받아쳤다.


그러자 이재명 후보가 발끈해 "허위 사실이면 후보 사퇴하겠냐"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 김만배 씨의 녹취록에 ‘이재명 게이트’라는 표현이 없는데 윤석열 후보가 지어낸 것일까?


아니다. 월간조선이 문제의 '이재명 게이트' 발언을 공개한다면서 2020년 10월 26일 녹음된 녹취록 캡처본 화면을 곧바로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그 녹취록에 따르면 김씨가 "했으니까 망정이지. 이재명 게이트 때문에"라고 말하고 정용학 회계사가 "예"라고 답하는 부분이 분명하게 나와 있다.


결과적으로 이재명 후보가 토론회에서 거짓말을 한 셈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민주당의 해명이 가관이다.


민주당은 녹취록 속 '이재명 게이트'라는 표현이 2020년 10월 당시 이 후보의 대장동 토론 발언 등을 포함한 선거법 위반을 지칭하는 말이었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어놓았다.


토론 직후에는 언론에 보낸 '알려드립니다' 공지를 통해 "이 발언의 사흘 전인 2020년 10월 23일 이 후보는 2년을 끌어온 선거법 재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라고 엉뚱한 설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아니 ‘이재명 게이트’와 ‘선거법 무죄’가 무슨 연관이 있다는 말인가. 이건 동문서답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트리려는 비열한 전략이다.


더욱 황당한 대목은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전략기획본부장인 강훈식 의원의 발언이다.


강 의원은 22일 오전 CBS 라디오에서 진행자가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을 보여주며 ‘여기에 나오는 이재명 게이트를 뭐로 파악하시느냐’는 물음에 “이재명 때문에 일이 잘 안된다는 취지의 이야기”라며 “입구를 지킨다는 의미의 게이트”라고 답변했다.


애들 말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국회의원이라는 자가 방송에서 할 말인가.


정말 ‘게이트(gate)’의 의미를 모르고 하는 말인가.


그렇다면 알려 주겠다.


통상 ‘게이트’라고 하는 표현은 정치-경제적 대형 비리 의혹에 붙이는 것이다. 유래는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비밀 공작단이 ‘워터게이트’ 빌딩 내 민주당전국위원회 본부에 도청 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대형 스캔들이다. 그때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명명되면서 ‘게이트’라는 표현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강 의원이 말하는 것처럼 ‘문(門)을 지킨다’라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물론 김만배 씨가 ‘이재명 게이트’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해서 대방동 개발 의혹을 ‘이재명 게이트’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자신을 과신하기 위해 '윤석열은 영장 들어오면 죽어', '윤석열은 원래 죄가 많은 사람이야'라고 떠들어댄 사람이 무슨 말인들 못 하겠는가.


다만 전 국민이 지켜보는 토론회에서 김만배 씨의 발언이 모두 사실인 양 읊어댄 사람이 이재명 후보인 만큼 ‘대장동 게이트’라는 김 씨의 발언에 대해선 이재명 후보가 답변해야 한다. 선대위의 ‘동문서답’이나 강 의원의 ‘말장난’으로 빠져나갈 일이 아니다.


특히 김만배 씨의 속마음을 이재명 후보나 선대위 측이 어떻게 알고 ‘선거법 위반’을 지칭했다거나 “입구를 지킨다는 의미”라는 해석을 내어놓을 수 있는지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윤석열 후보를 옭아매려던 ‘김만배 녹취록’이 결과적으로 이재명 후보에게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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