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무엇이 문제일까?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6-29 1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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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 10명 가운데 무려 6명 가까이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행보에 대해 부정 평가한 여론조사 결과가 29일 나왔다. 김 여사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는 국민도 10명 중 5명에 달했다.


특별히 눈에 띄게 잘못한 행보를 한 적이 없기에 본인으로서는 매우 억울할 수도 있지만, 이게 민심이라면 그 민심을 살필 필요가 있다. 그게 정치이고 대통령 부인의 역할이다.


사실 대통령 부인의 역할을 대통령을 뒤에서 조용히 챙기는 내조로만 한정 짓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거니와 바람직한 일도 아니다.


그러나 쿠키뉴스 의뢰로 ‘데이터리서치’가 지난 27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김건희 여사의 ‘대통령 부인으로서의 평가’를 조사한 결과 “잘못한다”라는 응답이 56.3%로 나타났다.


반면 “잘한다”라는 응답은 36.6%에 그쳤다. 두 응답의 차이는 19.7%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 밖이다. “모르겠다’”라는 응답은 7.1%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6.1 지방선거에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한 제주권(69.2%), 호남권(66.9%)은 물론 국민의힘이 승리한 충청권(60.4%)에서도 부정 평가가 높았다.


또 전체 응답자의 49.3%가 김건희 여사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확대해야 한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24.7%에 불과했다.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라는 응답은 21.4%다.


사실 김건희 여사가 대통령 부인으로서 특별히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행위를 한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비교할 때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김 여사의 역할을 부정 평가하거나 심지어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이유가 무엇일까?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불안한 탓이다.


김건희 여사의 대내외 활동 관리를 위한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해 찬성 응답이 반대 응답보다 높은 것이 그 반증일 것이다.


실제 ‘대통령 부인과 관련한 업무부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조사한 결과, ‘부속실은 아니더라도 김 여사를 지원할 담당 부서는 만들어야 한다’는 응답이 42.0%로 가장 높았고, ‘과거 부속실과 같은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응답도 18.5%에 달했다.


결과적으로 국민 60.5%가 김 여사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담당 부서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어떤 조직이나 부서가 필요하지 않다’라는 응답은 32.0%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비록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더라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이를 부활시키거나 아니면, 작은 규모의 담당 부서라도 만들어 체계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김건희 여사는 공식 일정만 정제된 형식으로 공개해온 기존 대통령 부인들과 달리 자신의 팬클럽을 통해 취사선택한 사생활을 스스로 노출하는 식의 전혀 새로운 영부인 스타일에 환호를 보내는 사람보다는 비판적인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조용히 내조만 하겠다는 애초의 약속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김건희 여사가 인사나 국정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해 국정을 농단할 거라는 식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차원에서라도 모든 활동은 공개적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다만 "치맛바람에 폭망한다"라는 식의 여성 혐오를 부추기는 공세는 자제해야 한다. 대통령 부인도 사람이고 상처 입기 쉬운 여성이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강성 지지자들은 '줄리' 운운하며 김 여사 과거와 관련한 해괴한 여성 혐오 루머를 공공연하게 퍼뜨리기도 했다. 이는 대통령 부인이기 이전에 한 여성의 인격을 말살한 폭력이다. 그런데도 소위 여성운동을 했다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누구 하나 이를 제지하지 않았고 침묵하거나 오히려 부추기는 일도 있었다. 이런 몰상식한 일이 재발해선 안 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김건희 여사는 매사에 신중해야 하고, 그를 향한 여성 혐오와 과도한 공세 역시 자제해야 한다.(본문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6.3%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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