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안철수 완주” 응원…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2-15 13: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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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역선택을 허용하는 ‘여론조사 경선’ 방식의 야권후보 단일화를 일방적으로 제안한 이후 여권 인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단일화 협상 결렬을 예측하면서 안철수 후보의 “완주”를 응원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안철수의 목적이 ‘정권교체’가 아니라 단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상당한 성공을 거둔 셈이다.


실제로 여권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1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이) 받지 않아 단일화 협상은 이제 결렬"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안철수 후보가 저걸 제안한 건 단일화의 압박과 핍박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서 한 것"이라며 "그러니까 지금 국민의힘에서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 후보에게는 "만약 단일화가 깨지면 그야말로 정치교체의 길에 나서라”며 “그러면 역사적으로 큰일을 하는 게 된다”라고 사실상 ‘완주’를 독려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안 후보의 ‘완주’를 기대하는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이날 오전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100% 방식은 안 후보가 이길 수밖에 없는 방식이고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 지지층을 포함해 단일화 여론조사를 하자고 한 건 사실상 (윤석열에게) 후보를 양보하라는 얘기”라며 “가능성은 매우 낮은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에 대해 우 본부장은 ‘역선택’을 거론했다.


그는 “이번에는 대통령선거이기 때문에 안철수 후보가 제안한 방식으로 단일후보를 결정한다면 우리(이재명) 지지층은 안철수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라며 “저희 지지층은 당연히 안철수 후보를 선택하게 돼 있으니 일부러 역선택하는 공작이나 작전을 펼 필요가 없다. 역선택한다는 말은 진실”이라고 전했다.


특히 우 본부장은 “안철수 후보는 완주하실 것”이라며 사실상 안 후보의 완주를 독려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앞서 진성준 의원도 KBS라디오에 출연해 “(단일화) 가능성이 거의 없다”라면서 안 후보가 ‘완주할 것’이란 사실상의 응원으로 해석되는 메시지를 냈다.


이재명 지지층은 이미 여론조사에 대비해 역선택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팟캐스트 '나는꼼수다'에 참여했던 방송인 김용민씨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안 여론조사 단일화가 합의된다면 우리 지지자들(이재명 지지자들)이 대거 조사에 참여해 당근 안철수를 밀고, 이 내용 너도나도 쓰고 실행에 옮기자"라고 선동한 바 있다.


그는 또 다른 글에서 “이재명 지지자 모두 안철수를 밀겠다고 들썩들썩해야 한다(본선에선 이재명을 찍고요)”라며 “그렇게 이재명표 35%가 안철수에게 몰표로 가면 정말 안철수가 야권후보 단일화가 된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도부는 ‘부글부글’ 끓는 모양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3위 동메달이 금메달을 뺏을 수 있는 길을 생각한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지금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대부분 경우에 안철수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를 하면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에 이재명 후보 지지율 합친 것이 나온다"라며 역선택 문제를 거론했다.


그는 '윤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밖이기 때문에 역선택이 있다고 해도 지지율 추세가 뒤집히지는 않을 것 같다'라는 추측에 "그렇다면 굳이 여론조사를 왜 하나. 요행수를 바라는 거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견임을 전제로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는 불가능하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준석 대표도 전날 YTN 뉴스 프로그램 '뉴스Q'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을 앞에 놓고 이런 식의 장난치는 듯한 언행은 아주 옳지 않다"라며 "애초 국민의당과 안 후보는 (대선) 완주 의사가 부족했던 것이고 보수를 가장 괴롭힐 수 있는 적절한 시점에 단일화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보려 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참으로 이상하다.


‘정권교체’를 주장하는 후보가 이처럼 이재명 지지자들의 지지를 받고 민주당 인사들로부터 “완주하라”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받는 기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정작 안 후보가 ‘러닝메이트’라는 국민의힘의 반발은 또 어떻게 봐야 할까?


상대진영이 환영하고 동반자가 돼야 할 진영이 반발하는 것으로 보아 안철수의 일방적인 제안은 그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다. 행여라도 이재명과의 후보 단일화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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