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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불안한 윤석열 정부에 맞서 지방을 지키겠다”라며 6.1 지방선거에서의 필승을 다짐했다.
마치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국민 여론에 반하는 이른바 ‘검수완박’을 밀어붙일 때는 지방선거를 포기한 줄 알았다. 지방선거보다도 문재인 정권 핵심 인사들이 감옥에 가지 않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에 민심이 등을 돌릴 걸 빤히 알면서도 ‘검수완박’을 추진한 것이라 여겼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여론조사에선 검수완박 후폭풍이 민주당을 강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예견했던 일이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난 것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4월 29~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44.3%, 민주당 지지율은 32.6%로 조사됐다. 정의당은 5.0%, '지지 정당 없음'은 14.2%였다.
민주당 지지율은 1월 셋째주(21~22일) 조사에서 31.3%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 8~9일 조사에선 민주당 35.6%, 국민의힘 35.0%였던 지지율이 역전된 것이다.
특히 6.1 지방선거 주요 격전지인 서울에선 국민의힘(44.5%)이 민주당(29.0%)을 큰 폭으로 앞섰고, 인천/경기에서도 국민의힘(40.3%)이 민주당(33.4%)을 가볍게 따돌렸다.
이외에도 대구/경북 국민의힘 70.1% 민주당 17.3%, 부산/울산/경남 국민의힘 56.8% 민주당 24.7%, 대전/세종/충청 국민의힘 45.2% 민주당 34.1%, 강원/제주 국민의힘 45.2% 30.1%로 국민의힘이 우세했다. 민주당은 고작 텃밭인 광주/전라 지역에서만 63.9%의 지지율로 국민의힘 10.1%보다 높게 나왔을 뿐이다.
민주당의 검찰개혁 속도전에 민심이 등을 돌린 탓이다. 이 조사의 응답률은 7.4%이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 역시 엇비슷하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5~29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5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47.5%, 민주당 지지율은 40.4%로 두 정당 지지율 격차는 7.1%p에 달했다.
검수완박 강행에 대한 반발로 국민의힘에 보수 지지층과 중도층이 집결한 결과다.
일일 정당 지지율 추이에서는 검수완박 추진에 따른 여론 변화가 더 분명하게 읽혔다. 지난 12일 민주당이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채택한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세를 유지한 데 비해 민주당 지지율은 40%를 넘지 못하면서 22일에는 정당 지지율 격차가 12.4%p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극적 합의하면서 23일 두 정당 지지율 차이는 2.5%p까지 급격하게 좁혀졌다. 하지만 이후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에 국민의힘 지지율은 상승세, 민주당 지지율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양당 격차는 다시 11.4%p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만일 권성동 원내대표가 중재안에 합의하지 않았더라면 양당 간 지지율 격차는 지금보다 더욱 크게 벌어졌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검수완박’이 민주당을 몰락의 길로 밀어 넣은 셈이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이고 응답률은 5.7%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대로라면 민주당은 6.1 지방선거에서 호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궤멸당할 수도 있다. 그렇게 만든 사람들, 즉 민주당 간판을 달고 나오는 후보들을 사지로 몰아넣은 사람들이 바로 민주당 국회의원들이다. 그래 놓고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이날 지방선거 필승을 다짐한다니 얼마나 웃기는 노릇인가.
장담하는데 지방선거가 끝나면 민주당 지도부는 물론 검수완박에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들 모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당내 비난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검수완박으로 국회의원들은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를 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그에 따른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은 면키 어렵다.
특히 범죄혐의자로 검수완박을 주도한 황운하 의원과 최강욱 의원 등 민주당 강경파들을 출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올 것이고, 어쩌면 그들은 금배지를 떼야 하는 극한상황에까지 내몰릴지 모른다. 하지만 누구를 원망하랴. 자업자득이고 사필귀정인 것을.
(본문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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