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자택의 ‘뭉칫돈’ 수상하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1-24 13: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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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강백신 부장검사)는 최근 법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가족의 계좌 추적을 위한 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와 주변인 간 자금 거래에 수상한 점이 없는지 들여다보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특히 그의 측근 정진상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에서 받은 돈이 이 대표 측에 흘러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적에 나섰다.


사실상 이 대표에 대한 강제수사가 임박했다는 신호탄인 셈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 23일 경기도청 전 비서실 직원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A씨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제보한 인물이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을 앞둔 지난해 6월 이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전 경기도청 5급 공무원 배모씨가 이 대표 자택에서 현금이 든 종이가방을 들고나오는 장면을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배씨가 해당 현금을 이 대표 명의 통장에 입금하면서 '1∼2억원쯤 된다'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자금의 출처와 구체적인 사용처를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 돈에 이 대표 측근들이 대장동 일당에게 받은 돈이 섞여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검찰은 A 씨가 주장한 이 현금 외에, 불법 자금으로 의심되는 또 다른 돈이 오간 정황에 대해서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돈이 입금된 지난해 6월은 김용 전 부원장의 불법 선거자금 수수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김용 전 부원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공모해 지난해 4∼8월 대장동 민간사업자 남욱 씨로부터 8억 4천7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 중 김 전 부원장에게 직접 전달된 건 6억원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남씨가 최근 재판 등에서 정 실장 등에게 장기간 선거자금 등 명목으로 뒷돈을 건넸다고 주장한 만큼 그 돈들의 최종 종착지도 확인할 계획이다.


KBS는 23일 <뉴스9>에서 "이재명 대표의 재산신고 상 현금 보유액은 2019년 말 기준 2억원, 2020년 말 기준으로는 3억여 원까지 늘었다가, 경선이 있던 지난해 10월 모두 없어졌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공보국은 이 대표의 자책에 있던 현금은 ‘모친 조의금’ 등을 모아 놓은 것이라며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받은 돈이라는 검찰의 의혹 제기는 성립 불가능하고 이 대표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악의적 주장”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도 24일 오전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라디오 인터뷰에서 “속된 말로 ‘구린 돈’이라고 하는데 구린 돈이었다면 자기 이름으로 계좌에 넣었겠느냐”라며 “구린 돈이라고 상상하기가 좀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검사 출신인 그는 “어쨌든 장담하기 힘들다”라며 “검찰이 자금 출처를 캔다니까 조금 더 지켜보자”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검사 출신인 그가 생각해봐도 자택에 억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게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느껴 “장담하기 힘들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물론 대장동에서 흘러온 돈들은 대부분 현금으로 사용됐을 것이기에 추적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상상을 초월하는 뭉칫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장동 일당 중 맏형격인 김만배 씨는 회사 계좌에서 수십 차례 현금을 인출 했다. 김 씨는 장기 대여금 명목으로 화천대유에서 473억 원을 빌렸다.


이완 관련해 노컷뉴스는 지난 6월 “사라진 대장동 현금 133억”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었다. 이 가운데 단 10%만이라도 김용이나 정진상에게 흘러 들어갔다면, 그 흔적을 모두 지우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특혜 의혹에 대해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만 할 게 아니라 설계자이자 결재권자로서 국민에게 구체적 진행 과정을 밝히고 용서를 구해야 할 일이 있다면 사죄하고 마땅히 용서를 구해야 한다. 금배지 뒤에 숨거나 제1야당 대표라는 방탄조끼를 입고 이 모든 의혹을 뭉개고 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거듭 말하거니와 정치인이 자신의 집에 수억 원의 뭉칫돈을 두고 있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상식적이지 않다. 수상하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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