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박원순 사단’의 후안무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3-31 13: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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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서울시가 비위 행위를 저지른 임원의 연임을 막거나 해임할 수 있도록 인사규정을 정비해 줄 것을 26개의 투자·출연기관에 요구했으나 유일하게 TBS 교통방송만 이에 불응했다.


앞서 시는 지난해 5월 투자·출연기관에 ‘인사·운영 표준 규정안’을 보내고 연말까지 관련 규정을 정비할 것을 요청했다. 표준안에는 ‘당해 임기 중 경고를 받으면 연임을 제한하고 3회 이상 경고 시 해임이 가능하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걸 거부한 것이다.


한마디로 TBS 임원은 비위행위로 경고를 받든 말든 임기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TBS는 올 1월 이사회를 열고 인사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대리 참석자를 포함해 10명의 이사가 참석했는데 시 표준안보다 완화된 ‘유사비위행위 2회 이상만 연임을 제한할 수 있다’라는 인사안을 논의한 뒤 이마저도 부결시키고 말았다. 해임에 대해선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고 빼 버렸다. 유사비위행위를 두 번이나 저질러도 연임을 제한할 수 없고, 3회 이상 저질러도 해임할 수 없도록 ‘철밥통’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참으로 후안무치(厚顔無恥)하다.


현재 TBS의 주요 임원은 고 박원순 서울시장 재임 당시 임명된 ‘박원순 사단’이다.


이강택 TBS 대표이사는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에 임명됐으며, 특히 유선영 이사장은 박 전 시장 사망 후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이 ‘알박기 인사’로 논란이 벌어졌던 인사다.


당시 선출직이 아니라 대표성조차 없는 서 대행이 임기 3년의 TBS 신임 이사장을 임기 3개월을 남겨두고 임명한 것이다.


TBS가 ‘인사·운영 표준 규정안’을 거부한 것은 ‘박원순 사단’의 밥그릇 지키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사실 현재 규정으로는 TBS 이사회가 거부한 인사안을 서울시가 강요할 방법이 없다. 해마다 진행하는 경영평가 ‘이행 명령’ 부문에서 감점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그걸 믿고 ‘배째라’는 식이다.


그러고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내놓은 해명이 가관이다.


TBS가 서울시 산하기관이지만 동시에 방송사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어 지방공기업법 및 출자출연법보다 헌법과 방송법에 따른 ‘방송의 독립성과 편성 독립권 보장’의 취지를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았다.


TBS는 이미 언론의 생명인 중립성을 제대로 지키지도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개인 유튜버들보다도 더 심각한 편향적 방송을 일삼는 김어준 씨에게 방송을 진행하도록 함에 따라 이미 방송이라고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지 오래다.


더구나 TBS는 ‘종합편성’이 아닌 교통정보 전문이라는 ‘특수목적’으로 허가됐다. 공영방송이 법률적으로 하자가 있는 방송을 진행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뻔뻔하게 ‘방송’을 운운하고 ‘특수성’을 운운하며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박원순 사단’의 모습이 역겹기 그지없다.


이런 모습은 서울시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31일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 선임에 대해 현 정권의 ‘알박기 인사’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박 신임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창이다.


조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천안함 수장’이라는 막말 파문 6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독립기념관 감사로 임명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를 6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52개 기관에 13명의 기관장, 이사·감사 46명 등 총 59명을 ‘알박기’ 인사했다.


물론 이들 대부분이 더불어민주당 및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으로, 전문성과 무관한 보은성 인사다. 이 중 임기가 2024년까지인 인사가 28명, 2025년까지는 14명이다. 결과적으로 무려 71%에 이르는 사람이 새 정권의 임기 절반에 이르는 동안 자리를 보전하게 되는 셈이다.


아주 몰염치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캠코더’ 인사로 ‘알박기’해 놓은 사람들은 스스로 부끄러움을 알고 물러나는 게 옳다.


특히 ‘박원순 사단’의 TBS 임원들은 힘겨운 여건에서도 당당하게 공정을 말하는 언론인들의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 김어준과 함께 떠나라. 그게 언론인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다.


그대들의 선배는 배를 곯을지언정 언론인의 자긍심을 지켜왔다.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정당한 ‘인사규정 정비 요청을 거부’하는 추악한 짓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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