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청문회 ‘7대 기준 적용’ 한다고?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4-05 13:4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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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등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야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인사 검증과 관련해 ‘7대 기준’을 적용한다고 한다.


이건 ‘내로남불’을 넘어서서 완전 코미디다.


문재인 정부의 7대 인사 기준은 자신들이 만들어 놓고도 단 한 차례도 지키지 않아 사실상 폐기 처분된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민주당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인터뷰에서 “이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어떤 인사 검증 기준을 갖고 있다는 것을 밝혀본 적이 없다. 국무총리부터 앞으로 국회에 청문 요청이 오는 장관들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지켜왔던 인사 검증 원칙을 제대로 적용해 검증할 것”이라며 “도덕성 검증은 문재인 정부가 주로 해왔던 7대 인사 검증 기준”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고위공직자 등이 병역면탈,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음주운전, 성범죄 등 7가지를 제시하고 여기에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임용을 완전배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걸 그대로 적용해서 윤석열 정부의 내각 후보자들에 대해 ‘송곳 검증’을 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가 그 기준을 철저하게 지켰더라면, 당연히 그 기준에 맞춰 ‘송곳 검증’을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문 정부는 스스로 제시한 ‘7대 기준’을 폐기 처분한 지 이미 오래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 기준 폐기는 1기 내각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1991년의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000년에 딸을,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도 90년대 3차례 딸을 위장전입 시켰다. 홍종학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은 중학생 딸에 대한 외할머니의 상가 지분 증여 논란을 받았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배우자 건강보험료 미납 의혹을 받았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도 위장전입과 다운계약서 작성 의혹을 인정했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딸의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 모두에 대해 임명을 강행했다.


2기 내각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세금탈루나 편법 증여 의혹을 받은 후보자만 3명(최정호, 박양우, 박영선)에 달했고, 부동산투기나 차명 거래 논란을 빚고 있는 후보자는 무려 4명(최정호, 진영, 조동호, 김연철)이었다.


게다가 자녀 교육이나 부동산투기를 위해 위장전입을 벌인 의혹을 받는 후보자도 3명(박양우, 문성혁, 조동호)이나 된다.


군 복무 중 석사학위를 취득하거나(문성혁), 사립대 강사로 활동하고 두 아들 모두 병역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조동호) 일기도 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이들 대부분을 그대로 장관에 임명했다. 그나마 국민 눈치가 보였는지 조동호, 최정호 두 장관 후보자를 낙마시킨 게 고작이었다.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제시한 ‘7대 기준’을 유명무실한 기준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런 민주당이 이제야 윤석열 정부에 대해선 그 기준을 되살려 그대로 적용하겠다니 세상에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또 어디 있겠는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이 송곳 운운하면서 문재인 정부가 제시했던 인사 검증 7대 기준을 검증 잣대로 삼겠다고 주장한 것은 완전한 코미디”라고 지적한 것은 이런 이유다.


자신들이 제시하고도 지키지도 않았던 7대 기준을 다시 꺼내 들려면 적어도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그 점에 대해 먼저 사과하는 게 순리다.


특히 캠코더(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 그런 과정 없이 스스로 제정해 놓고도 지키지 못한 ‘7대 기준’을 윤석열 정부 내각에 적용하겠다는 건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지키지 못해 용도 폐기된 기준을 내세울 게 아니라 그걸 지키지 못한 연유를 살펴보고 현실에 맞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게 맞다. 자신들이 지키지 못한 기준을 상대에게 지키라고 강요하는 건 ‘내로남불’이자 그야말로 슬랩스틱코미디(slapstick comed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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