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 손학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11-30 13:5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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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손학규 전 대표는 내가 아는 정치인 중 대통령을 하면 가장 잘할 것 같은 사람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선출직이다. 선거 과정에서 온갖 험한 일을 겪어야 할 텐데 그러기엔 이분이 너무 젠틀하다.“

 

이철희 정무수석은 정치평론가로 한참 주가를 올릴 때 JTBC '썰전'에 출연,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를 이렇게 평가했었다.


필자 역시 이철희 수석의 이런 평가에 공감한다.


사실 그는 전문가들 사이에선 종종 ‘대통령감 1위’로 꼽혔던 인물이다.


제17대 대통령선거 당시에는 정치인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법한 국회 보좌진들이 그를 차기 대통령감 1위로 꼽은 일도 있었다.


이명박·박근혜·고건 등 이른바 ‘빅3 후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두를 다투는 일반인 여론조사와는 사뭇 다른 결과였다.


실제 조사 결과 응답자의 25.3%가 손학규를 차기 대통령감으로 꼽았다. 고건과 박근혜는 12.6%에 그쳤다. 무려 두 배 이상 손학규가 앞섰다.


그런데 일반인에게는 다소 생뚱맞아 보이는 ‘손학규 1위’는 그게 처음은 아니었다. 한국기자협회가 창립 42주년을 기념해 회원 기자들을 대상으로 ‘언론 자유와 발전에 가장 적합한 대선 주자’ 조사한 결과 역시 손학규가 1위에 올랐다.


또 <미디어오늘>이 국회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감 조사한 결과에서도 손학규가 당당히 1위를 차지했으며, 시사 주간지 <뉴스메이커>가 지령 600호 기념으로 ‘정치부 기자·교수·국회의원 등이 선호하는 대선 후보감’ 조사에서도 압도적 1위를 차지했었다.


전문가들이 그의 진가를 이처럼 높이 평가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행정 지도자로서의 그의 능력이 이미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경기도지사로 세계를 10바퀴 돌면서 파주 디스플레이 단지, 판교 테크노밸리 등으로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 무려 74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적 같은 업적을 남긴 바 있다. 그때가 경기도민들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는 대선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을 맛봐야 했다.


3번이나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벽보 한번 못 붙여보고 모두 경선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이번에 4번째 도전이다. 이번 역시 본선 경쟁력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으나 당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게 현실이다.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언론인·교수·보좌관 등 이른바 ‘먹물’들이 한결같이 손학규를 ‘대통령감 1위’로 꼽고 있는데, 일반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식인 그룹이 대선 주자의 말과 글, 업적과 잠재력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최대한 객관적인 답을 써내려고 하는 데 반해, 일반 대중은 당장 전개되고 있는 정치 현장을 중심으로 자기감정에 따라 호불호를 결정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맞는 것 같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처럼 쇼맨십도 있고, 말이 되든 안 되든 사이다 발언도 쏟아내야 하는데 그는 그런 걸 잘못한다. 이철희 수석이 ‘너무 젠틀하다’라고 평가한 것은 그런 이유일 거다. 그러니 일반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 그가 이번에 또 출사표를 던졌다.


무소속으로 도전하는 그는 조직도 돈도 없다. 그의 말마따나 ‘나 홀로 대선’을 치러야 한다.


사실 손학규는 당선 가능성을 보고 출사표를 던진 것은 아닐 거다.


그는 출사표에서 ”문제는 정치”라며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승자독식 패자전몰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그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왕적 대통령제와 거대 양당제는 오직 갈등과 분열, 대립과 투쟁만을 조장할 뿐,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의 길을 열어나갈 수 없다"라며 "정치와 제도를 바꿔야 한다. 저 손학규가 하겠다"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통합의 정치를 열어 '편 가르지 않는 나라'를 만들고, 증오와 분열의 정치를 치유와 화합의 정치로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오는 온갖 조롱을 감수하겠다고도 했다. 그런 그의 진정성이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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