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내부총질’로 1등…毒? 藥?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0-13 13: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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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의힘 차기 당권을 노리는 유승민 전 의원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상치 않은 기사 두 건을 올렸다.


하나는 KBC 광주방송과 UPI뉴스 의뢰로 넥스트위크리서치가 지난 4일과 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기사로 유 전 의원이 29.7%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는 것이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4.6%이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기사는 최근 유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한 내용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해당 기사를 공유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 꼴 저 꼴 다 보기 싫을 때, 유승민’이라는 한겨레21의 칼럼 이미지도 공유했다. 칼럼은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국정 실패에 대해 언급하며 “이 꼴 저 꼴 다 보기 싫은 이들이 유승민을 떠올린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유승민 전 의원의 최근 윤석열 정부에 내놓은 비판을 소개하며 “뭘 망설이나, 유승민”이라고 마무리했다.


두 기사 모두 유승민 전 의원의 지지율 상승 요인으로 ‘윤석열에 대한 비판’을 꼽은 것이다.
특히 한겨레21의 칼럼은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 망설이지 말고 지지하라고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을 부추기는 듯한 주장까지 펼쳤다.


실제로 유승민 전 의원의 지지율은 다른 당권 주자들보다 높게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등 야당 지지층이 내부총질 하는 그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탓이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유승민 전 의원이 여론조사 1등으로 나오는 내용을 들어가서 구체적인 데이터를 보면 민주당 지지자들이 유승민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라며 “민주당이 봤을 때 (유승민이 당 대표가 되면) 국민의힘이 가장 망가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유승민이 당 대표가 되면 여권이 망가질 것이란 기대 때문에 야당 지지층이 그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강성 야당 의원들보다도 더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 내면 낼수록 야당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유승민의 잇따른 ‘내부총질’에는 그런 노림수가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승민 전 의원이 간과하고 있는 게 있다. 그러면 그럴수록 당내 비판이 가열될 것이고 고립무원 처지로 내몰린다는 점이다. 물론 당심도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유승민을 향한 강도 높은 당내 비판이 잇따랐다.


유상범 의원은 SNS에서 유승민을 겨냥 '등 뒤에 칼 꽂았다', '연탄가스 정치인'이라는 등 작심하고 비판했다.


그는 "이재명을 공격했더니 유승민이 반격한다"라며 이재명 대표를 공격한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오히려 유 전 의원이 비난한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윤상현 의원도 유승민을 향해 "누가 보면 야당 강경파 정치인인 줄 알겠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유승민 전 의원의 모습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옳거니!' 하며 약점이라도 잡았나"라며 “유 전 의원에게 잘한다고 박수 보내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안 보이냐"라고 질책했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지지층이 유 전 의원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 유승진 전 의원의 내부총질 전략, 즉 그로 인해 야당 지지층의 지지를 끌어내는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어림도 없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유승민 전 의원이 그런 전략으로 야당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으나 정작 경선에선 고작 초선 의원이었던 김은혜 후보와 맞붙었다가 참패한 것이 그 방증이다.


국민의힘 당원들이 그에게 완전히 등을 돌렸다는 의미다.


여론조사를 반영하는 경선룰에 대해 당내에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은 이런 연유다.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당이 망가지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을 독려하는 경선룰을 계속 가지고 갈 것이냐”라며 ”당이 망가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것이 중도확장이라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면서 당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제는 이런 엉터리 경선룰을 바로 잡아야 한다.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하면서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자느니 빼자느니 하는 것은 논란의 본질이 아니다. 원칙은 당의 주인인 당원, 특히 당비를 꼬박꼬박 내면서 당을 지켜온 책임당원들에게 투표권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책임 있는 정당 정치의 원칙이다. 이를 반대하는 자는 당원이 심판해야 한다. 당원 주권을 회복하는 일에 당원들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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