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말장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1-11 13: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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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인물인 김만배 씨 변호인이 법정에서 대장동 사업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안정적 사업을 위해 지시했던 방침에 따랐던 것"이라고 진술했다.


사실상 대장동 개발 의혹의 ‘몸통은 이재명’이라는 사실을 실토한 셈이다.


이에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1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수많은 증거와 정황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가리키고 있다"라며 "핵심 실행범이, 대장동 몸통 그분이 바로 이재명이고 그 이재명의 지시가 있었음을 법정에서 생생하게 증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즉각적인 대장동 특검법 처리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특검은 필요하다면서도 ‘대선 후 특검’에 방점을 찍었다.


실제 이 후보는 전날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D-58일인 상황에서 대장동 특검론은 현실적으로 죽은 게 아니냐’는 질문에 “저는 특검해야 한다고 본다. 대선 이후라도 해야 한다”고 답했다.


여야가 국회에서 대장동 특검 도입 여부를 놓고 석 달 넘게 공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당사자인 이 후보가 대선을 불과 50 여일 앞두고 대선 후 특검론을 주창한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줄곧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고 하는데도 정작 집권 여당이 특검을 거부하는 것은 아마도 이 후보의 이런 의중이 반영된 탓일 게다.


실제로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의힘은 야당의 대장동 특검법 상정을 강력하게 요청했지만, 민주당은 앵무새처럼 ‘여야 합의’만을 강조하며 이를 일축했다.


먼저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야당이 지난 9월 23일 특검법을 제출했으나 아직도 특검법 상정이 안 되고 있다"라며 "(민주당이 주장하는)상설특검 같은 경우 7명 위원 중 친여 성향이 4명이나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민주당이 얘기하는 상설특검은 결국 가짜라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도 "(특검법을) 상정시켜서 대체 토론하고, 소위에 보내 논의하고 길어지면 다음 항으로 넘어가고. 법안이 제출됐으면 법사위에서 이런 절차가 있지 않나"라며 일단 법사위에 상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여야 합의 처리가 중요하다며 야당의 이 같은 요구를 일축했다.


정작 합의할 생각조차 없으면서 ‘합의’를 강조하는 것으로 야당의 특검법안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민주당, 나아가 이재명 후보를 향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이 후보가 ‘대선 후 특검’을 들고나온 것이다. 자신은 특검을 반대하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말장난이다.


실제로 오는 3월 9일 대선에서 선출된 당선인은 5월 10일 임기 시작과 함께 5년간 헌법 84조에 따라 내란·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사범죄로 기소할 수 없는 불소추특권을 갖는다. 한마디로 당선되면 대장동 몸통이 이재명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도 기소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역대 검경을 통틀어 곧 취임할 대통령 당선인 수사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던 것은 이런 까닭이다. 1997년 대선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이 김대중 후보 비자금 고발 사건 수사를 대선 이후로 연기했으나 당선된 뒤 흐지부지되었던 사례도 있다.


반대로 이 후보가 낙선하면 특검은 패자(敗者)를 보복 수사하는 특검이라며 길길이 날뛸 것이고, 압도적 국회 의석을 점하는 집권당의 가세로 특검을 추진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지금도 민주당은 180석에 가까운 거대 정당으로 입법독주를 자행하고 있는 마당이다.


또 이재명 후보는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변호사 등의 첫 공판에서 김만배씨 측 변호인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이 안정적 사업을 위해 지시한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하자 “오늘 재판이 있었나. 내용을 잘 몰라서 지금 말씀드리기 적절하지 않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재판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인데 사실일까?

 

아니다. 말장난이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은 즉각 공지를 통해 “해당 방침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사적 지시가 아닌 ‘성남시 공식방침’”이라며 “‘이재명 지시’란 표현은 틀린 표현이며 ‘성남시 공식방침’으로 표현하는 것이 맞다”라고 반발했다. 선대위는 알고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당사자인 이 후보만 몰랐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대체 이 후보는 이런 식의 말장난으로 진실을 언제까지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솔직하게 국민 앞에 대장동 설계자로서의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게 맞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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