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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연일 ‘자기 정치’를 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의 모습에서 유승민 전 의원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물론 정치인이라면 누구든 ‘자기 정치’를 하고 싶을 것이다. 정치인이 그런 욕심을 갖는 걸 나무랄 수는 없다. 다만 집권당의 대표와 원내대표는 자기 정치를 하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자기 정치보다는 현 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될 수 있도록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협조하는 정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의 정치 스승이라는 유승민 전 의원은 그렇지 못했다.
지금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국회법 개정안 발의를 예고하고 나섰다.
국회 상임위원회가 대통령령·총리령 및 부령을 법률적으로 판단해 소관 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청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황당하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요구권을 갖는 것은 위헌 소지가 많다"라며 반대했다.
그런데 앞서 2015년 유승민 당시 집권당 원내대표도 박근혜 대통령을 자신의 지배권에 두기 위해 대통령령·총리령 등 행정명령에 대한 수정 요청권을 국회에 두는 국회법 개정안을 추진했던 일이 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행정업무를 마비시키는 것은 국가의 위기를 자초하는 것"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했고, 새누리당 의원들이 재의결에 불참하면서 유 전 의원은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집권당 원내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다가 되레 쫓겨나는 수모를 당한 것이다. 그 후유증으로 유승민 전 의원도 지금도 당원들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혀 번번이 당내 경선의 문턱에서 좌절을 맛봐야만 했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가 그의 뒤를 이어 ‘자기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대선과 지방선거 두 번의 선거를 승리로 이끈 것은 자신이라고도 했다.
실제로 자신의 역할이 컸다고 믿는다면 대단한 착각이다.
지난 5년 내내 이어진 문재인 정권의 ‘편 가르기’와 ‘내로남불’, 오만과 독선,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동산 정책에 분노한 국민이 회초리를 든 결과물일 뿐이다.
누가 당 대표를 맡아도 이길 수밖에 없는 선거였다. 오히려 이준석 대표의 ‘젠더 갈라치기’와 당내 분란으로 인해 쉽게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어렵게 만든 책임이 있다.
특히 사감(私憾)으로 인해 안철수 후보를 대선 내내 모욕하고 조롱하는 바람에 단일화가 깨질뻔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만일 안 의원과의 단일화가 없었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승리를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지방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후보 단일화 없이도 이길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경기도지사 자리를 민주당에 내줘야만 했다.
서울에서 오세훈 시장이 압도적 우위를 보인 상황에서도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노원구 구청장은 민주당에 빼앗기는 수모를 당했다. 자신의 지역구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무능한 정치인이라는 사실이 거기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이다.
게다가 당 윤리위원회가 오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성 상납 의혹에 휩싸인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수위를 정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1일 윤리위는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성 상납 의혹이 제기된 이 대표 관련해 징계절차를 밟기로 의결했다. 애초 지난 3일로 예정됐던 윤리위는 이 대표의 뜬금없는 우크라이나 방문 일정 등으로 24일로 미뤄졌다. 하지만 이날 윤리위 개최일이 다시 27일로 미뤄지며 이 대표의 징계 여부 결론도 더 늦게 나올 전망이다. 당 소속 윤리위가 현직 당대표 안건을 회의에 올린 전례가 전무하다. 윤리위원들은 그만큼 사안이 중대하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윤리위원들 다수는 이 대표에 대해 당원권 정지 이상을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이 대표의 태도는 너무나 황당하다.
당원 모두가 당 대표가 제소된 윤리위 결과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고, 녹취까지 나온 마당에 이 무슨 해괴한 선언인가. 결국, 이준석도 유승민처럼 자기 정치를 하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 같다. 그런데도 굳이 자기 정치를 하겠다면, 집권당 대표직을 내려놓고 하라. 다시 말하지만, 집권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자기 정치를 하는 자리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국정 운영에 협조해야만 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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