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의 중국몽, 일장춘몽일까. 악몽일까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0-18 13:5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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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성 서정대 교수



북한의 비록 낡고 오래되었지만 무시하기 어려운 구식 전투기 위협비행과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 그리고 390발의 포격훈련 소식이 있었다. 여론은 담담하게 한 구석 뉴스로 취급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항공유도 부족한 판에 어떻게 전투기를 띄웠을까. 무슨 돈으로 미사일을 마련해서 쏘아대는가 하는 정도의 가십거리로 취급하는 듯했다.

하지만 판교 데이터센터 빌딩 지하실 화재로 인해 플랫폼 사회가 8시간 멈추면서 보여준 혼란과 공포는 한국 사회의 안보와 안전 불감증이 한심할 정도의 수준임을 보여주었다. 북한의 미련해 보이는 군사 훈련이 실제 상황으로 번질 경우에 한국이 부딪히게 된 참상과 피해는 말할 수 없는 정도가 될 것이다. 안보와 외교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그런데 북한이 조용해졌다. 바로 중국의 공산당 전당대회가 지난 16일부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국적 잔치 분위기에 혹시나 누를 끼칠까 봐 인가보다. 동해지역 훈련에 참여한 핵항공모함 레이건호도 북한 탄도미사일 훈련을 멈추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우리가 한반도 평화와 공존을 위해 중국을 주목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그러한 중국이 움직이고 있다. 전통적으로 중국의 외교 전략은 1980년대 말 개혁개방정책을 시작한 덩샤오핑의 ‘도광양회’로 표현할 수 있었다. 도광양회는 칼날을 칼집에 감추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의미이다. 한 마디로 중국이 세계 무대에 함부로 나서면 안된다는 덩샤오핑의 경고 문구다.

덩샤오핑은 안심이 안되었는지 1989년 9월 중앙책임자와의 대화에서 ‘향후 50년 안에 절대로 세계의 영도자로 나서지 말라’고 신신당부까지 했다. 50년은커녕 20년도 그 유지를 받들지 못했다.

2004년 7월 후진타오 총서기는 중난하이에서 개최한 전략회의를 통해 ‘부국강병’을 천명하면서, 미국을 겨냥한 반패권 연합이라는 칼날을 서서히 칼집에서 빼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시징핑은 2035년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을 천명하더니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전면적인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 건설을 천명했다. 즉 미국을 뛰어넘은 세계 최강대국으로 나아가겠다는 국가 정책의 좌표를 대내외적으로 공고한 것이다.

중국이 부국강병이 되든 세계 최강대국이 되든 이웃나라인 우리나라로서는 사실 나쁠 일이 아니다. 경제적 부국을 상대로 지정학적 이점을 한껏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하다. 중국이 세계를 상대로 어떤 문명적 전환을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패권국이라고 한다면 과거 영국과 미국, 프랑스가 제시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체제 이상의 문명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중국은 공산당대회를 통해 세계에 무엇을 제시하고 있는지 보자.


시진핑이 공산당대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한 내용을 살펴보면, 모두가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전면적 사요캉 사회건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마지막 숙제인 대만통일, 분배정책을 중심으로 인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공동부유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마지막에 가서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명분으로 한 권위주의 체제 확립과 시진핑 주석 5년 연장을 통한 집권 3기로 귀결된다.

중국공산당은 기존 지도부 임기를 10년으로 못을 박았지만, 시진핑은 이를 파기하고 장기개인 독재의 길을 열어가겠다는 것이 결론이다.


그러면서 인민의 안전을 위해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빌미로 인민을 통제하고, 안보를 위해 위구르와 티베트족 등 소수민족을 탄압하며 홍콩의 자치권을 억누르고 미국과의 군사적 긴장을 불사하면서 대만을 위협하고 있다.

그 결과는 경제성장의 주축인 대기업체의 탈출이다. 삼성, 도시바, 마이크로소프트를 이어 구글과 애플까지도 중국을 떠나고 있다. 규제의 강도와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나라에서 누가 기업을 일구겠는가.

중국몽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분명한 점은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군사대국이 되었다고 패권국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같은 권위주의 국가인 러시아와 북한에 대해 인민의 행복과 삶의 질을 등한시하지 말고 희생을 더 이상 요구해서도 안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침략전쟁이라고 정의내릴 수 있어야 하며, 북한의 위험천만한 핵실험의 중지를 위해 적극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중국몽은 사욕에 사로잡힌 개인의 일장춘몽에 그칠 것이며 중국 인민의 악몽으로 끝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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