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을 수 없고 찾아갈 수 없는 복지팀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9-05 13:5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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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 세모녀 사건에서의 공공전달체계의 한계와 허상

 
이정은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회원권익국 부장

오늘 이 자리가 비록 빈곤문제 해결에 대한 저마다의 지향은 다를지언정 우리가 다함께 꿈꾸는 대전제인 우리 이웃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안녕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하나의 전환점이 되어주는 場이 되어주길 희망합니다. 발제에 앞서 먼저 생전 질병과 생활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수원시 권선구의 세모녀에게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Ⅰ. 들어가기

지난 2014년 송파 세모녀 사건을 계기로 사회안전망에 대한 문제가 대두 이로 인해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긴급복지지원법의 법 개정과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이하 사회보장급여법)이 신설되어 한국형 사회보장제도의 안전망의 큰 틀이 구축되었습니다.


위의 법 개정에 따라 발굴된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특히 사회보장급여법의 신설로 사회보장을 받지 못하는 지원대상자 발굴을 위한 근거를 마련, 공공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근간이며 중심 축인 사회복지 공무원들의 효율적인 전달체계 구축을 위해 전국 읍면동 복지허브화 추진계획을 시행하여 2020.11월 현재 전체 읍면동 3,489개소 중 3,178개(91%)에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이 설치 운영되었고, 2022년까지 이를 수행하기 위한 보건복지 인력 1만5천여명이 단계별로 확충되었습니다.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사회보장정책의 시행을 위해 마련된 모든 외형적인 절차는 완료된 것처럼 보입니다. 한국의 사회복지행정은 복지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지원함에 있어 최적의 인프라와 시스템을 갖춘 선진시스템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왜 수원세모녀와 같은 사건은 반복될까요?

Ⅱ. 찾을 수 없는 복지팀 – 조직 구조적 문제

행정안전부와 보건복지부는 국민복지체감도를 향상하고 복지정보를 모르거나 스스로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하여 효율적인 전달체계를 구축하고자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를 추진하였습니다. 송파 세모녀 사건이 발생하기 바로 전년도인 2013년도에는 복지업무 깔데기 심화를 호소하며 사회복지전담공무원 4명이 연달아 자살을 했던 해이기도 합니다. 당시 복지행정 인력만으로는 늘어가는 복지수요에 대한 능동적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 복지깔대기 심화를 줄여보고자 복지직 공무원을 1만 5천여명 단계별 확충, 읍면동에 복지행정팀과 통합사례관리, 주민참여형 서비스제공기반의 마련 등 좀 더 사회복지 전문성을 강화시킨「「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을 신설하였습니다. 그러나 현장에서 이는 보기 좋은 허상일뿐, 실제 형식적 팀을 만들어 놓고 실질적인 운영을 하지 못하는 곳이 더 많습니다.


첫 번째, 지자체의 꼼수 운영입니다. 복지행정팀과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을 하나의 팀으로 운영, 실제 찾아가는 서비스 인력이 복지행정의 업무를 병행하거나 찾아가는 보건복지 서비스 수행인력 한 명과 각종 현장행정 – 산업, 청소, 건설, 재난 등 업무를 한팀으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외형상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으로 해놓고 실제 업무는 복지가 아닌 곳이 허다합니다. 이 팀에서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를 얼마나 얼마만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요?


두 번째, 실제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 업무를 하기 위해 증원된 인력이, 인력이 부족한 다른 행정업무- 가령, 민원업무, 청소업무 등에 배치되는 경우가 있으며, 실제 충원된 인력 중 기존 행정업무 인력을 타 부서로 전환배치하여 실제 찾아가는 복지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간호직은 코로나19로 보건소에 배치되거나 읍면동에서 보건소의 하부일을 행정처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지자체의 실상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실질적 내용이나 구성은 살펴보지 않고 있으며, 인력이나 조직운영은 지자체 장의 고유권한이므로 강제할 수 없다는 답변을 하고 있습니다. 조직은 만들었지만 제대로 운용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Ⅲ. 찾아갈 수 없는 복지공무원 – 인력의 문제

보건복지부는 희망복지지원단 사업안내 매뉴얼에서 찾아가는 보건·복지서비스를 추진하기 위해 경력 있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최소 5년 이상 근무경력이 있는 7~8급 공무원)을 슈퍼바이저로 배치하게끔 하고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9급 신규자나 사회복지 경험이 전무한 행정직군이 홀로 배치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찾아가는 복지팀의 전문영역인 사례관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며, 민감성 있게 대상자를 발굴하고 지원해야하는 슈퍼비전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은 실정입니다.


복지행정팀은 주로 종합상담과 서비스 신청과 접수 등 안내 등에 집중되어있고, 찾아가는 복지팀은 방문형 서비스 연계와 통합사례관리, 자원관리 등 좀 더 복지전문성과 복지현장의 경험노하우가 응축된 인력조직이 필요한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찾아가는 복지팀장 마저도 복지업무와 전혀 관계 없는 세무직, 전산직 등이 팀장으로 배치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복합적 욕구를 가진 대상자나 비자발적인 대상자의 경우 다양한 복지현장 경험을 가진 슈퍼바이저의 역할이 절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복지가 처음인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또한 2018~2020년 3년간 사회보장 신설·변경 협의제도는 중앙부처 148건, 경기도는 455건으로 최근 보편복지 실현에 따라 각종 중앙부처의 업무 외 지자체의 복지업무가 신설되어 이를 수행하는 인력은 오롯히 사회복지직이 떠맡게 되는 깔대기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각종 코로나 관련 대민지원 업무에 복지직들이 투입되어 질병관리청의 코로나 격리에 따른 생활지원비, 예방접종 예약대행, 긴급 재난지원금 지원업무 등 복지 외 업무에도 투입되고 있어 본연의 복지업무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에 따른 소진 및 각종 업무과다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소득, 재산조사 업무는 사회복지직의 고유의 권한이라며 각종 선별성 서비스를 복지직에게 맡기고 있습니다. 각종 복지지원제도의 완화와 맞물려 기초생활보장 관련 대상자는 팬데믹 전보다 수급가구는 58.2% 증가, 긴급지원은 93% 증가 등 관리해야 하는 대상자는 폭증했습니다. 경기도의 경우 1인당 관리해야 할 수급자 수는 70.2명입니다. 업무에 대한 적정성 평가도 없습니다. ‘지원’이란 단어만 붙으면 모두 복지팀으로 업무분장이 됩니다. 업무분장의 매뉴얼은 오로지 지자체장, 읍면동장의 권한입니다. 업무의 과부화 속에서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우리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갈 수가 있을까요?

Ⅳ. 찾아도 줄 수 없는 복지서비스 – 복지자원의 한계

공적 자원으로 해결될 수 없는 일들이 많습니다. 대상자를 발굴해도 소득과 재산기준을 넘긴 대상자는 도움을 줄 수 없으며, 있어도 민간자원과 한시적 자원에 국한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복지자원을 관리하고 효율적 운용방안을 마련하도록 되어 있으나, 어떤 대상에게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주어야 하는지, 소득과 재산 기준 이상의 대상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담당자의 책임이 되는 것 또한 문제입니다. 어떤 대상자를 어떻게 찾아내고 찾아낸 대상자를 어떤 자원으로 어떻게 지원해야하는 지 등에 대한 체계화된 매뉴얼이 없습니다. 사각지대 대상자에 대한 세부 발굴 방법, 비자발적인 클라이언트를 발견했을 때 대응방법, 통합사례관리도 매뉴얼이라기 보다는 관련 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기준만 있을 뿐입니다. 이런 경우에도 조건이 붙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하기 힘들고, 설사 지원책을 마련한다 하더라도 감사와 민원의 타깃이 될 뿐입니다. 대상자를 찾아낸 이후의 지원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을 하지 않습니다. 찾아서 줄 수 있는 서비스는 담당 공무원의 능력으로 평가됩니다.


결국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어려움에 처하는 구조가 됩니다. 약 359개의 다양한 부처별 업무도 해내고, 복지사각지대 대상자도 발굴하며 지원해 줄 자원도 마련하면서 슈퍼비전 없이도 알아서 척척 해내는 슈퍼맨이 되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력이나 구조적 조직문제 등 각종 문제가 얽혀 발생한 사건이 담당 공무원의 책임이 되어버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Ⅴ. 진짜 찾을 수 있고 찾아갈 수 있는 시스템 개선

찾아가고 찾을 수 있는 보건복지팀이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합니다. 첫째, 보건복지부에 사각지대를 발굴할 인력에 대한 조직의 정상화를 위해 전국 지자체별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에 대한 운영실태 일제조사를 강력히 요구합니다. 팀명만 바꾼 경우, 복지직 1명에 연관성 없는 업무와 함께 구성한 경우, 「찾아가는 보건복지팀」이 아닌 전혀 다른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경우 등 보다 면밀하게 파악하여 이를 어기고 있는 지자체에 강력한 시정조치 및 각종 지자체 인센티브에서 배제시켜야 할 것입니다. 이와 병행하여 지자체장들이 읍면동 허브화에 대한 재교육과 인식화가 필요합니다. 지자체 인력이나 조직의 운용은 지자체장의 의지가 가장 큰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조치와 더불어 관리운용체계에 대한 계속적인 모니터링과 사후관리가 필요합니다. 이것만이 조직의 정상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둘째, 고위험군 위기가구 발굴이나 통합사례관리 업무 수행 시 반드시 슈퍼바이저를 할 수 있는 사회복지직 팀장과 현장경험이 많은 선임으로 구성되게끔 강제해야 할 것입니다. 발굴 대상자가 나타나도 신규직원 혼자 떠안거나 팀원들에게 제대로 된 슈퍼비전을 주지 못하는 팀장이 있다면 어떠한 정책과 훌륭한 대안이 있다하더라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전달체계의 재구조화가 시급합니다. 즉, 공공복지행정체계가 확립되기 위해서 복지행정분야와 사회복지 전문분야를 구분하여 인력을 운용하고, 관리하는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현장경험과 전문성이 있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스스로 슈퍼바이저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조직구조의 정상화는 효율적 인력관리로 이어질 것이며, 잘 교육된 인력은 복지서비스의 체감도와 서비스의 질 향상으로 보답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의 자원에 대한 관리와 지원 시 이를 적절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대로된 메뉴얼과 개인정보보호법을 넘어선 적극행정 시 면책에 따른 재량권 부여를 건의합니다. 권한과 권위가 부여된다면 이는 곧 책임감 있는 행정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수원 세모녀의 사건을 발굴 할 수 없는 것은 신청주의의 한계라기 보다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가로막혀 대상자를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한계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Ⅵ. 제언

사회복지행정은 일반행정서비스와 달리 휴먼서비스에 기반이 되어 있으며, 사회복지직의 직무수행 역량에 따라 성패가 달려있고, 이 성패는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에 그 의의가 큽니다. 그러나 복지직이 전문조직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업무과다와 일반행정에서의 폐해인 목적 전치현상과 같은 실질적 기능을 방해하는 요소와 결부된 채 계속 기능하게 된다면 수원 세모녀와 같은 사건은 매년 반복될 것입니다.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은 복지다원주의와 보편적 복지 패러다임 속 양적 변화뿐 아니라 직무유형의 스펙트럼이 팽창한 상황에서 재량권이나 슈퍼비전, 체계화된 매뉴얼 없이 오롯이 복지직 공무원의 역량과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개편은 매우 반세기가 다되어가도록 과도기인 상황입니다. 문제가 터지면 자꾸만 개인의 무능과 나태함으로 귀결하려고 합니다. 왜 문제가 일어났는지 내부에서는 문제를 찾으려하지 않고 자꾸 개인의 탓, 외부의 탓으로 돌려버리고 있습니다. 진단이 잘못된 처방은 병을 키웁니다. 사람을 살리고 사회를 살리기 위해 존재하는 복지직 공무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내부에서 문제를 제대로 판단하고 이행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첫걸음일 것입니다.


그 외에도 공공부문 외 민간단체, 지역주민 등 모두가 살피고 찾아낼 수 있도록 지역돌봄문화의 확산과 인간애의 회복도 중요한 우리 시대의 화두입니다.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인디언 속담처럼 어려운 이웃을 살피고 찾아내는 데는 온 사회의 역량이 필요하기에 우리 사회가 해결해 나가야 하는 숙제일 것입니다. 부디 이번만큼은 내부적인 문제점을 인정하고 제대로 해결하려는 통 큰 결단을 내려주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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