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心, ‘親李’에서 ‘親朴’으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1-01 13:5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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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내에서 윤심(尹心, 윤석열 대통령 의중)의 향배가 승패를 좌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책임당원투표 70%·국민여론조사 30%씩 반영되는 당 대표 경선룰에 따라 윤심과 함께하는 당심을 잡지 않으면 당 대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당권 주자로는 원내에선 권성동·김기현·안철수·정진석·윤상현·조경태·주호영 의원을 비롯해 원외에서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 황교안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전당대회 시기가 늦춰지면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다.


이들 가운데 아직은 대세론을 형성한 후보가 없다. 누가 당권을 거머쥘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분명한 것은 야당 지지층의 적극적 지지를 등에 업은 유승민 전 의원이 ‘반윤(反尹)’의 대표주자로 나설 것이라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 측에서 볼 때 그의 당선은 최악의 그림이다. 사사건건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을 것이고 그로 인해 국정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선 다른 후보들을 교통 정리해서 ‘윤심’ 단일 후보를 만들어 내야 한다.


대통령실에선 선을 긋고 있지만, 이미 교통정리를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경원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나 전 의원 본인은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한 것은 사실상 출마하지 말라는 메시지란 해석이 나온다. 그게 맞을 것이다.


그러면 ‘윤심’은 누구에게 있을까?


아직은 모른다. 윤 대통령의 마음도 어느 특정인 한 사람에게 온전히 쏠려 있는 상태는 아닌 것 같다. 다만 지금까지 함께 했던 권성동 의원 등 과거 친이계 인사들에 대한 실망이 큰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권성동 의원은 윤심을 등에 업고 원내대표에 당선되었으나, 윤 대통령에게 도움은커녕 되레 해만 끼쳤다.


이후 이른바 이준석 징계안 사태 때에는 정무적으로 당연히 ‘궐위’라는 판단을 내렸어야 하는 데 엉뚱하게 ‘사고’라는 유권해석으로 당을 혼란에 빠뜨렸다. 아마도 원내대표를 하면서 비대위원장까지 꿰차는 ‘원톱’ 욕심이 앞섰던 것 같다.


그로 인해 당원들에겐 ‘이준석보다 더 나쁜 놈’으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당시 당원 게시판에선 권성동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잇따르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정무수석에 발탁되었던 정진석 비대위원장도 윤심을 얻지는 못한 것 같다.


최근 정 위원장의 조직 재정비 행보에 윤석열 대통령이 “자기 정치 하느냐”라며 격노했다는 소문까지 나왔다.


그래서 최근 급부상하는 인물이 과거 ‘친박’으로 분류되었던 윤상현 의원과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다. 윤심이 ‘친이’에서 ‘친박’으로 촛대를 옮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두 사람 모두 중도 표심을 끌어모을 수 있는 온건파라는 점과 특히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의원으로 수도권 표심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란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권 장관은 2012년 총선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사무총장으로 총선 공천을 주도해 당 승리를 이끈 바 있다. 당시 한나라당은 이명박 정부 심판론 속에서 힘든 선거를 치르는 중이었다. 또 박근혜 대선 후보 확정 이후에는 상황실장을 맡아 대선 승리를 끌어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정치권으로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윤석열 캠프 선대본부장에 이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윤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하기도 했다. 다만 현직 장관이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출마를 결심하기란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대안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이른바 ‘신핵관’으로 불리는 윤상현 의원이다.


권 장관과 함께 친박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윤 의원은 흩어진 TK 민심을 복원시키고 전통적 지지층의 구심점 역할을 할 적임자라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몇 안 되는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기도 하다.


아직은 윤 대통령의 의중을 아무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대통령 당선 때까지 함께 했던 친이계에 실망했고, 그로 인해 친박계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애초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수석부의장에 내정됐던 친이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낙마하고 친박계 김관용 전 경북도지사가 임명된 것은 그 신호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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