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손혜원 ‘이재명 지킴이’?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6-08 1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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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8일 사실상 이재명 의원의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모양새다.


박 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롭게 구성될 비상대책위원회의 역할을 전대 관리와 선거 패배 평가, 두 가지로 꼽으면서 “평가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선거 패배에 대한 평가는 대선 직후에 나왔어야 했다. 그런 과정이 없으니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이상한 프레임에 빠져 지방선거까지 망치는 결과를 초래한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평가는 객관적이고 냉정해야 한다. 미리 한계를 구분 지어서도 안 된다.


그런데 박 대행은 지선 패배 1차 책임자로 이재명 의원과 송영길 전 대표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당의 평가가 특정 인물의 책임 여부를 묻는 데 집중되거나 국한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당의 공식적인, 책임 있는 평가기구를 통해 평가하는 게 마땅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평가에 들어가기도 전에 미리 ‘이재명-송영길 책임론’을 일축하는 모양새다. 한마디로 ‘이재명-송영길 책임론’을 제외하고 다른 부분만 평가하라는 메시지 아니겠는가. 과연 이런 상태에서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올 수 있겠는가. 당연히 터무니없는 평가가 이뤄질 것이고 결국 민주당은 반성 없이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사실 박홍근 대행은 원내대표 경선 당시 “이재명을 지키겠다”라는 구호 하나로 당선된 이재명 의원의 최측근이다. 그는 왜 이재명 지킴이를 자처하는 것일까?


8월 전당대회에 이 의원이 출마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기 위함일 것이다.


평가 결과 이 의원이 대선과 비선 패배의 책임자로 지목되면 그는 전대에 나설 수가 없다. 그런 평가가 나오는 걸 차단하고 그에게 당권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기 위해 박 대행은 기꺼이 이재명 지킴이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이재명 지킴이를 자처하는 사람은 당 밖에도 있다.


이 의원의 강성 지지층인 일명 ’개딸(개혁의 딸)‘들로부터 ‘손고모’라 불리는 손혜원 전 의원도 그 가운데 하나다.


손 전 의원은 이 의원의 강성 지지층으로부 ‘이재명·송영길은 저희가 지킵니다’라는 메시지를 받고 “개딸님이 보내주신 위로 문자에 눈물이 난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바 있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개딸들로부터 ‘손고모’라고 불리게 됐다.


그는 이낙연 전 대표가 ‘이재명 책임론’을 언급하자 “민주당 패배는 바로 당신, 이낙연으로부터 시작됐다. 본인만 모르는 것”이라며 “계속되는 민주당의 오만과 뻘짓 속에서 그나마 경기지사 성공, 인천 계양에 실낱같은 희망의 불씨를 살린 것이 이재명 당선자”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 생각은 다르다. 당내 침묵하는 다수의 의원 생각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박홍근 의원이나 손혜원 전 의원의 견해에 동의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이재명 의원은 자신을 향한 책임론을 일축하면서 ‘당이 원해서’라거나 ‘자기희생’이라는 구태의연한 레토릭(rhetoric)으로 전당대회에 나설 것이 빤하다. 당권을 장악해야 더 두터운 ‘방탄조끼’를 입을 수 있다는 절박함 탓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 의원은 대선 후보로서 패배의 책임이 있고, 지방선거에서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그런데 이 분은 또 (전당대회에) 나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에 진행자가 ‘이 의원이 국회에 첫 출근 하면서 (전대 출마를)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라고 하자 진 전 교수는 “뭘 생각을 안 해보나. 빤하다”라며 “나온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정당에서 누구든 당 대표로 나오는 걸 강제로 막을 방법은 없다.


문제는 그로 인해 민주당이 돌이킬 수 없는 구제 불능 상태가 된다는 점이다.


진 전 교수 역시 “이재명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은 영원한 구제 불능 상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내에서도 대놓고 말을 하지 못해서 그렇지, 개인적인 술자리에서 그런 우려를 표하는 의원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제는 입을 열어야 한다. 민주당에 박홍근-손혜원 같은 이재명 지킴이들만 득시글거린다면 그 당은 희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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