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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되는 집안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안되는 집안은 모였던 사람들마저 떠나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3.9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탈당자들에 대한 복당 신청을 받는 등 흩어진 사람들이 다시 모이는 데 반해 국민의힘은 선대위 새시대준비위원회 신지예 수석부위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되레 모였던 사람들마저 흩어지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재명 대선후보가 지지층 결집을 위해 '여권 대통합'을 추진하자, 민주당은 송영길 대표를 필두로 혼연일체가 되어 오는 17일까지 탈당자들에 대한 복당 신청을 받기로 했다.
다만 성(性) 비위, 경선 불복, 부정부패 등 중대한 사유로 인한 징계의 건으로 탈당 또는 제명된 이들에 대한 복당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에 따라 2016년 20대 총선 직전 당시 문 대표 체제에 반기를 들고 대거 탈당한 호남계 비문 인사들이 구제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당을 떠났던 천정배·유성엽 전 의원 등 호남계 비문 인사들은 이미 입당식을 마친 상태다. 정동영 전 의원도 조만간 복당 절차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권노갑, 정대철 전 고문 등 동교동계 원로 인사의 복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한 당내 비판의 목소리는 전혀 없다.
이낙연 당 대표 시절만 해도 이들의 복당 소식에 당내 친문(親文) 지지자들은 “철새들이 복당하면 내가 탈당하겠다” “배신자들을 받아줘선 안 된다”며 강력하게 반발했었다.
앞서 동교동계는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노·친문계와의 갈등 속에 민주당을 탈당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지원했었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선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이낙연 대표를 지원하겠다며 복당 의사를 밝혔으나, 당내 친문 세력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었다.
친문 지지자들은 안 대표와 동교동계가 문재인 대통령을 공격했었다는 점을 들며 이들의 복당을 반대했다. 이후 2020년 10월 이낙연 당시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원로인 정대철 전 의원과 만나 동교동계 인사들의 민주당 복당 문제에 대해 상의한 것으로 알려지자 친문 지지자들이 다시 “동교동계 인사들을 복당시켜준다면 이는 지지자들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정청래 의원도 당시 페이스북에 “민주당의 정권 획득을 반대한 전과자들이 무슨 명분으로 다시 당에 들어오느냐”며 “설마 복당 노크를 할 정도로 염치가 없는 분들은 아니리라 보지만, 만약 복당을 시도한다면 당헌-당규를 들고 반대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출했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를 앞둔 이번에는 아무도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준석 당 대표가 사사건건 트집이다.
윤석열 후보가 삼고초려 끝에 데려온 사람들을 향해 날을 세우기 일쑤다.
결국, 그의 칼날에 선대위 새시대 준비위 신지예 수석부위원장이 쓰러졌다.
신 부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에서 사퇴한다"라며 "12월20일 오로지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는 다짐 하나로 새시대준비위원회에 들어왔다. 권력형 성폭력을 저지르고, 2차 가해를 일삼는 무리들이 다시 정권을 잡는 일만은 막아야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보 진영에서는 저를 변절자라 욕했고, 보수 진영에서는 저를 페미니스트라며 환영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는 믿음 하나로 윤석열 후보를 향한 지지 활동을 묵묵히 이어 나갔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런데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온 저에게 더 강한 저항은 국민의힘 내부에 있었다"며 "후보와 공식적인 환영식을 하고, 캠프의 공식적인 직함을 받아 활동하는 저에게조차 사퇴하라는 종용은 이어졌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이준석 대표의 조롱도 계속 되었다.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국민의 간절한 소망은 안중에 없었다. 자신들의 의견과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함께 할 수 없다는 폐쇄적인 생각으로 저를 몰아붙였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대표를 향해 "그동안 뭘 했나. 최고위원의 반발에 자리를 뛰쳐나가고, 성상납 논란으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지 않나"라고 쏘아붙였다.
이 같은 신 부위원장의 지적을 이준석 대표는 뼈아프게 새겨들어야 한다.
지금 이준석 리스크가 윤석열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로 인해 윤 후보의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여당은 당 대표가 후보의 뜻을 전폭 수용하여 사람들을 모으고 있는데, 야당은 후보가 모은 사람들마저 당 대표가 몰아내고 있느니 이런 당 대표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이 대표는 지금 성 접대 의혹으로 당 대표직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말 정권교체를 바란다면 대표직을 사퇴하고 백의종군해야 할 것이다. 그에게 단 한 번만이라도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한 정치를 실행해주기 바라는 건 연목구어(緣木求魚)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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