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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3.9 대선에서 승리했으나 애초 예상과 달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 불과 0.73%의 미미한 표차로 신승을 거두었다.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의 득표율은 48.6%다. 이 후보는 47.8%를 기록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득표율(2.37%)과 합하면 범여권 후보가 과반을 차지한 셈이다. 사실상 ‘이겨도 진 선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동안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이었다. 더구나 여권 내에서도 도저히 이재명을 지지할 수 없다며 윤석열 지지 선언이 잇따르는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 사전투표 돌입 전까지만 해도 윤 후보가 이 후보를 무려 5~10%포인트 차의 큰 폭으로 앞섰다.
그런데 일주일의 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기간에 이 후보의 ‘막판 추격’을 허용하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바로 이준석 대표의 ‘이대남’ 전략에 따른 ‘반(反) 여성’ 행보다.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정세분석실장을 지낸 정태근 전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이 대표의 ‘이대남’ 득표전략에 대해 “20대 남성들의 지지를 빠르게 끌어올리기 위해 여가부 폐지 같은 여성들에게 반감을 산 정책을 내세운 것이 넉넉하게 이길 선거를 어렵게 만들었다”라면서 “20대 30대 여성들의 정권교체 욕구를 간과한 것이 독이 될 뻔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내에선 이준석 당 대표가 집권당 대표로서 잘해 낼 수 있을지 우려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전날 SBS 개표방송에서 이 후보와 윤 당선인이 ‘초박빙’ 대결을 펼친 것에 대해 “20대 여성들이 대거 빠져나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원책 변호사도 같은 날 KBS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대남-이대녀 젠더 문제를 이슈로 선거운동을 한 건 국민의힘”이라며 “저는 이 선거운동이 실패했다고 본다. 처음부터 걱정이 컸다”고 지적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결과적으로는 이대남, 이대녀라는 젠더 갈등을 더 도드라지게 했던 부분도 있었다고 인정을 해야 한다”며 “저희의 본뜻은 그게 아니었음에도 결과적으로는 젊은 여성들이 가졌을 만한 어떤 소외감이라든지 어떤 배타적인 감정에 대해서 앞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고개 숙였다.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젠더 갈라치기’와 세대포위론에 집중한 이준석 대표의 선거 전략이 악수가 됐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소셜미디어(SNS)에서 “이준석 대표 때문에 10%포인트 차이로 이길 걸, 1%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이대녀들은 이대남만큼 결집 못 한다는 발언은 ‘정동영급 망언’이었다”, “지역 갈라치기로 표 받아먹고 이념 갈라치기로 표 빨아먹더니 이제 더 갈라칠 게 없어 세대포위론으로 세대 갈라치기를 하고 이대남 이대녀로 또 성별 갈라치기를 한다. 다 이준석 작품”이라는 비판이 속출한 것.
실제로 윤석열-이재명 두 후보의 득표율을 보면 2030 세대의 남성들에게선 이준석 대표의 ‘이대남’ 전략에 따라 윤석열 후보가 앞섰다. 하지만 그 후유증으로 인해 2030 세대의 여성은 물론 3040 세대의 여성에게선 이 후보에게 크게 밀렸다.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여성들까지 모두 등을 돌리게 만든 셈이다.
이래선 안 된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았던 건 문재인 대통령의 갈라치기에 국민이 염증을 느낀 탓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임기말 40%가 넘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의도적인 갈라치기에 따른 극단적 분열의 결과물”이라며 “결국 40%만을 바라봤던 문 대통령의 정치적 폐쇄성 때문에 적(敵)으로 몰린 60%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의사와 간호사를 갈라치기하고, 임대인과 임차인을 갈라치는 식으로 국민을 편 가르고 자신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대가가 정권교체 여론을 불러 왔다. 그런데 이준석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을 생각해 ‘젠더 갈라치기’를 위해 ‘이대남’전략을 수립했고, 그 결과 압도적 정권교체 열망에 찬물을 끼얹는 박빙의 승부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해 당 대표로서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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