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우의 인물채집] 우아하게 씩씩하게! 주혜경 아나운서 편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2-06 14: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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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혜경 아나운서
키가 크다. 보통여자 보다 한뼘 쯤 크다.


거기다 꽤 높은 하이힐을 신었다. 진짜 높다.


주혜경, 그녀의 직업은 아나운서다.


전주MBC에서 출근 3일 만에 "뉴스투데이" 앵커로 방송을 시작했다.


후에 지역의 인기라디오 '여성시대'의 안방마님부터 먹거리프로그램 '맛이보인다'의 진행, 그리고 '뉴스데스크' 앵커도 하고 판소리명창들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광대전'을 비롯해, 수많은 방송을 진행했다.

하지만 늘 잘했던 건 아니다. 


남들보다 큰 키는 특히 인터뷰를 진행할 때 어려움이 컸다.

"일단, 키가 큰 진행자는 인터뷰 상대에게 압박감을 줄 수도 있고, 시선처리를 어렵게 만들 수 있어서, 특히 어르신을 인터뷰할때는 최대한 키를 낮추고 무릎을 굽히고, 안될때는 주저앉아서도 진행했어요. 그래야 눈을 맞추고 편안히 대화를 하시니까요."


170cm가 훌쩍넘는 키에  "차라리 모델을 했어도..." 라는 말을 들을 때면 그녀는 대뜸 말을 자른다.

"저는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거든요. 그제서야 제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 같아요. 카메라 너머로 제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 중에는, 웃는 사람도 있고 때로 우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 사람들의 얼굴이 보일 때마다 저도 위로를 받고 힘을 얻어요. 방송을 통해서 세상이 살 맛 나는 곳이라는 힘을 전하고 싶어요. 그러기위해서 아나운서는 좋은 생각을 전하는 사람, 모두에게 희망과 위로를 담아 기운을 전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되고 싶고요."

내공이 남달라 보인다. 까만띠 정도 되는건가?

"파란띠, 빨간띠, 까만띠가 중요한 게 아니지요. '빨간벽돌'을 깰 수 있는 내공이 중요합니다."

옛날에 태권도 유단심사 마지막 단계는 빨간벽돌 깨기 였다. 물론 못깨면 까만띠는 없다. 그걸 깨려면 파워가 있어야 하고 파워는 질량 곱하기 스피드, 즉 그만한 질량과 100% 스피드를 명령할 수 있는 '확신'을 가지고 일한다는 뜻이다.

"방송은 전파가 쏘아지면 그걸로 끝이잖아요. 글처럼 교정이 될 수도 없고... 말 한마디에 영웅이 태어나고 역사가 바뀐다는 걸 아니까, 그 말의 힘을 오롯이 전하려면 시시때때로 긴장도 되고 희열도 느끼곤 합니다."

'아나운서 주혜경 입니다!' 라고 말할 때 비로소 실체적 존재감을 느낀다는 그녀는 우아하지만 씩씩한 아나운서다.

"대학방송에서 처음 방송을 했는데 '짜릿' 하더라구요.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어서 사범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선생님이 되길 포기하고 재수생보다 힘들게 아나운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힘들었지만 합격해서 첫 방송을 본 엄마가 '자랑스런 내 딸'이라고 말해줘서 눈물이 났지요. 그 말 한마디가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된 지금도 저를 지탱해주는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최근 청년들의 꿈을 응원하는 다양한 국책사업들을 연결하는 무대에 많이 서고있다는 그녀는 청년 취ㆍ창업을 위한 교류와 공감, 도전을 보면서 그들의 꿈에 미약한 불꽃이라도 한 번 피워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다.

 

또 때때로 기업의 중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프리젠터'로 등장해 대박수주를 하며 멀티플레이어 임을 증명해 보이기도 하는데...

"기업의 명운이 달린 프로젝트를 함께 스터디하고 성공적인 프리젠테이션으로 끝냈을때, 방송과는 다른 임팩트가 있어요."


아나운서, PD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프리젠터'로 사는법을 배웠고 이젠 지배력있는 '프리젠터'로서 깜짝 놀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그녀에게 기업의 스카웃 제의가 밀려왔다.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가치가 있는 일이긴 하지만 '아나운서'로서의 본분을 꾸준히 해나가면서 기회를 갖고 싶어요. 제가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의 마음 속에 기쁨과 희망, 평화와 위로를 전하는 '아나운서'로의 삶은 포기할 수 없거든요. 그 때 저도 살고있다는 만족과 쾌감을 느끼니까요."

이제는 중견 아나운서인 주혜경은 MBC, 교육방송, 경기방송, 국회방송을 섭렵하고 현재 채널A '행복한 아침'의 코너 진행과 딜라이브tv의 '서울 라이크커머스11'의 진행자로 일하며 세상의 내공을 여전히 쌓고 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경기방송에서 새벽방송 할 때가 참 좋았어요. 보통은 꺼려하는 새벽방송이지만, 저는 꿈이었거든요.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언제나 깨어서 반갑게 맞아줬고 친구가 간절히 필요한 사람들과의 교감이 특별했지요. 그래서 사비를 털어서 선물도 준비하고 협찬 받아온 것처럼 쓰윽 나눠주곤 했습니다. 사는 게 재미없는 사람들은 아침이 오는 게 싫다고 하잖아요. 나로인해서 그 아침이 기다려지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게 참 매력적이고 더없이 행복했어요. 해뜨기 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의 존재도, 참 특별했고요."

희망이 없는 사람들은 해뜨는 시간을 싫어한다. 삭막한 삶 속 아침을 원치않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준비하고, 신나는 에너지를 쏘아 올리기 위해 스스로 에너자이저가 되어야 했던 자신이 "참 대견했다"고 말하는 그녀는 쎈 아나운서다.

그렇다고 그녀는 세계를 움직이는 권력자들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벗겨 냈던 '오리아나 팔라치'나 '오프라윈프리'처럼 위대한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은 듯 하다.


"롤모델이 있는가?" 물었을 때 "아니요. 누구처럼 되고 싶진 않아요. 제 목소리로 제 모습대로 독립적 가치를 가지고 앞으로 갈 거에요."라고 말했다.

자신만의 독립적 가치를 추구하는 앵커 주혜경은 아직 모르는 모양이다.


오리아나 팔라치나, 바라라뭘터스, 오프라 윈프리도 딱 그렇게 살다가 저렇게 되어 버렸다는걸,

아무도 말해주지 말자! 우아하게 씩씩하게 사는 아나운서 주혜경만 모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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