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특검? 좋다…李 사퇴가 우선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1-29 14:07:07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필 고하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자신의 측근들이 잇따른 구속으로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방탄조끼’가 필요한 그는 전혀 물러날 생각이 없다.


야당 심지어 민주당 내에서도 그에게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 대표는 요지부동이다.


시대정신 조정훈 의원은 민주당이 최근 ‘대장동’ 사건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특검 수용을 촉구하고 나선 것에 대해 29일 “특검 추진을 위해 이재명 대표가 반드시 당 대표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이날 오전 b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가 당 대표로 있는 한 특검에서 나온 결과조차 민주당은 부정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특검 결과가 부정되면 나라가 두 쪽이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과연 당 대표직을 지키는 게 나를 넘은 공동체와 사회에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대장동 특검에 동의하지만 그 전에 이재명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이재명 당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자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회의에서 '대장동 특검'을 다시 꺼내 들었다.


대장동 사건을 둘러싸고 이재명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망이 좁혀지자 수사를 지연시키고, 특검이 도입되면 논점을 흐릴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을 향해 일제히 ‘대장동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지난달 10월 21일 이재명 대표가 특별 기자회견을 자청해 대장동 특검을 공식 제안한 지 약 한 달 만이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자신과 무관하다면 특검을 마다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도 지금까지 반대하고 있다”라며 “특검을 반대하는 이유가 검찰이 조작수사, 편파수사, 보복수사를 하도록 하기 위해서인가. 윤 대통령이 정말 떳떳하다면 대장동 특검을 즉각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서영교 최고위원도 “대장동의 주범들 명단엔 윤석열과 박영수가 올라가는 게 맞지 않나”라며 “특검을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비례용 ‘위성정당’ 출신의 조정훈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사퇴가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설훈 민주당 의원도 이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다.


전날 밤 KBS 라디오에 출연한 설 의원은 ‘당내 일각에서 이재명 대표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냐'라는 질문에 "그런 얘기가 있을 수 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개인 이재명은 이 상황에서 결백하다고 선언을 하고 ‘당에 더 누 끼치지 않겠다. 나는 떳떳하기 때문에 혼자 싸워서 돌아오겠다’라고 선언하고 당 대표를 내놓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전혀 물러날 생각이 없다.


이 대표가 직접 언급하기 껄끄러운 사안에 당 지도부가 '호위무사'를 자임하고 나서는가 하면, 당이 혼연일체가 되어 자신을 지켜주는데 굳이 물러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지도부는 검찰 수사를 ‘조작·편파·보복 수사’로 규정하고 ‘특검’을 주장하며 이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압수수색이나 구속영장 신청 등은 검찰이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것이다. 즉 이 대표 최측근의 잇따른 구속사태를 검찰만의 일방적 주장으로 치부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법적으로 따지면 검사와 이 대표는 형사 절차에서 대등한 당사자일 뿐이고 결정은 판사가 하는 것 아니겠는가.


더구나 현재 대법원장은 문재인 정부 초에 임명됐던 김명수 대법원장이다. 그런 법원이 검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받아들였다면, 그건 민주당이 주장하듯 검찰의 일방적인 ‘조작·편파·보복 수사’로 볼 수 없다는 의미다.


이재명 대표가 정말 떳떳하다면 ‘제1야당 대표’라는 치마폭에 숨어서는 안 된다. 특히 당을 사랑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죽더라도 당과 함께 죽겠다는 ‘물귀신’ 작전을 펼쳐서는 안 된다. 우선 대표직을 내려놓고, 나중에 모든 혐의가 벗겨져 깨끗한 처지가 되었을 때 돌아오는 게 맞다. 그렇게 못하는 것은 스스로 생각해도 그럴 가능성이 희박한 때문일 것이다.


참, 안 됐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