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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상납’ 의혹으로 당 윤리위에서 징계절차가 개시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뜬금없이 ‘자기 정치’를 선언하는 등 마지막까지 당권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지만, 그럴수록 더욱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앞서 지난달 21일 윤리위는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성 상납 의혹이 제기된 이 대표 관련해 징계절차를 밟기로 의결했다. 애초 지난 3일로 예정됐던 윤리위는 이 대표가 느닷없이 우크라이나 방문을 결정함에 따라 오는 24일로 미뤄졌다. 하지만 이날 윤리위 개최일이 다시 27일로 미뤄지며 이 대표의 생명이 조금 연장된 상태다.
그 사이에 이준석 대표가 “당을 개혁하겠다”라며 일방적으로 혁신위를 구성하는 등 자기 정치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을 향한 비판을 세대갈등으로 몰아가면서 의도적으로 갈등을 확산시키고 있다.
자신의 성 비위에 대한 당 윤리위의 당연한 결정마저 교묘하게 세대갈등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이 대표는 고립무원(孤立無援)이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던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마저 등을 돌렸다.
홍 당선인은 13일 자신이 만든 플랫폼 ‘청년의꿈’의 청문홍답(청년의 고민에 홍준표가 답하다) 코너에서 지지자가 ‘지금 (이준석 대표가) 정진석 의원과 대립하고 있는 와중에 자기정치를 하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고 묻자 “여태 그럼 타인을 위한 정치를 해 왔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도 “가까스로 정권교체를 이루고 국민의 도움으로 지방선거에도 선전했으면 당이 하나가 되어 정권의 기초를 다지는 데 전념해야 하거늘, 아직 정치물이 덜든 대통령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당권투쟁에만 열을 올린다면 그건 국민을 배신하는 거다”라고 쏘아붙였다.
배현진 최고위원도 같은 날 국민의힘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현장에 있던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추진하는 혁신위에 대해 “이 대표의 사조직이란 오해를 받을 수 있다”라며 “이대로는 혁신위원을 추천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대표가 혁신위의 주요 의제로 꺼낸 공천 개혁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혁신위가 최고위의 추인을 받고 출범할 때는 공천과 관련한 언급이 없었는데, 이 대표가 불쑥 꺼냈다는 것이다. 배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거짓말을 한 꼴”이라는 취지의 비판도 했다고 한다.
차기 유력한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도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다다랐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지난 4월 합당 협상에서 국민의당 몫으로 최고위원 2명과 당 대변인 1명을 약속했다. 안 의원은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으로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과 김윤 전 국민의당 서울시당위원장을 추천했다.
그런데 이 대표가 이를 ‘재고’하라고 압박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비판한 것을, 정 의원은 국민의당 소속이 아니라는 점을 반대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안 의원은 "이미 두 달 전에 끝난 일로 생각했다"라며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양당이 합당을 선언할 때 이미 합의한 내용이고, 추천권이 국민의당에 있는 만큼, 당 대표가 명단을 평가하거나 되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그건 합당을 되돌리자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결국, 최고위원회에서마저 이 대표는 ‘왕따’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대표의 우군이라고는 고작 자신이 친위대로 키운 2030 세대 대변인들 뿐이다.
그나마 그들도 이 대표가 ‘자기 정치= 개혁’이라는 프레임을 만들고, 자기 정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반개혁’이라는 이상한 구도를 만든 탓에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있을 뿐, 그 실체를 알고 나면 돌아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성 비위 문제가 있는 대표를 옹호했다가는 자신의 정치생명만 단축할 것이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의 자기 정치 선언은 꺼져가는 불꽃을 어떻게든 다시 지펴보려는 최후의 발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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