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던 노정희, 긴급 사퇴…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4-19 14: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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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른바 '소쿠리 투표'로 상징되는 제20대 대선 사전투표 관리 부실 논란을 빚은 노정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18일 갑자기 사의를 표명했다.


노 위원장의 사퇴는 지난달 5일 3·9 대선의 사전투표 관리 부실로 논란을 빚은 지 44일 만이다. 당시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현장에서는 이른바 ‘소쿠리 투표’로 불리는 극심한 혼란이 벌어졌다. 확진자는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직접 넣지 못하고 투표사무원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됐는데, 그 과정에서 쇼핑백·바구니·택배박스 등에 담긴 투표용지가 그대로 노출됐던 것,


더구나 노 위원장은 사전투표 당일 출근조차 하지 않았다.


이에 노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지만, 당시 그는 “미흡한 준비로 혼란과 불편을 끼친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라면서도 자신의 거취문제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지난달 17일에는 선관위원 회의를 주재하고 향후 선거 관리를 더 잘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 전 직원에게도 이메일을 보내 “목전에 다가온 지방선거를 더 흔들림 없이 준비·관리하기 위해서는 위원장으로서 신중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그것이 책임을 다하고자 함임을 이해해 줄 것으로 믿는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사퇴하지 않고 끝까지 버티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사전투표 준비 과정에 소홀함이 지나쳐서 선거 자체에 대한 신뢰성이 크게 상실됐다"라며 노정희 위원장 사퇴 촉구 결의안까지 제출했지만, 그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렇게 완강하게 버티던 그가 갑자기 1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전체 선거관리위원회 회의에서 "지난 대선에서 코로나 19 확진자 사전투표 관리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라며 사퇴 의사를 밝히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선관위원들과 사무처조차 그의 사퇴를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했을 만큼 급격한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그토록 급하게 사퇴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어떤 촉박한 사유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앞서 사전투표 부실 관리에 책임을 지겠다며 김세환 전 선관위 사무총장이 사퇴한 바 있다.


그는 사전투표 부실 관리를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당시 아들 특혜 의혹이 불거져 선관위가 특별감찰을 시행한 것과도 맞물려 있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아니나 다를까. 선관위 특별감사반이 인천시 선관위에 재직 중인 김 전 사무총장의 아들 김 모씨 관련 의혹을 조사한 결과 관사 사용과 해외 출장 부분에서 부적절한 업무 처리가 있었음을 확인했다.


그와 유사한 상황이 노정희 위원장에게도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


그런데 막연한 의구심이 아니라 실제로 그런 것 같다.


노 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밝힌 날, 시민단체인 ‘클린선거시민행동’이 각 언론사 기자들에게 “중앙선관위원장 노정희 남편 의료법 위반 및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 고발 기자회견”을 알리는 문자를 발송했다.


어쩌면 노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뒷북 사퇴’가 이와 관련이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클린선거시민행동은 예고한 대로 다음 날인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노정희 위원장 남편을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단체는 기자회견에서 “활명한방병원, 청평활명요양병원, 해암요양원은 누구 겁니까?”라고 물었다.


이들 병원이나 요양원이 다른 사람 명의로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노정희 위원장의 남편이 주인으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만일 이 단체의 의혹 제기가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의료법 위반이자 부동산실명법 위반으로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노정희 위원장이 중앙선관위원장에서 물러나더라도 이 의혹과 엿 바꿔 먹듯 할 수는 없다. 검찰은 이 시민단체의 고발에 대해 신속하게 수사해 명쾌하게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말이다.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은 그 누구도 예외일 수가 없다. 그게 공정이고 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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