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이 가는 ‘그날’은 온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1-09 14: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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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다음은 그분 차례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오른팔 격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구속 기소에 이어 그의 왼팔 격인 정진상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어진 데 따른 여권 인사들의 반응이다.


이제 검찰 수사의 칼끝이 이재명 대표의 바로 턱밑을 겨누고 있다는 것이다.


대장동 개발 특혜의 공모자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서 김만배 씨(화천대유 대주주)가 “천화동인 1호의 절반은 그분 것”이라는 언급이 나왔다. 그 뒤로 ‘그분은 누구냐’가 쟁점이었다.


대체 김만배가 언급한 ‘그분’은 누구일까?


김만배가 대주주인 화천대유는 천화동인 1호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개발에 1억 466만 원을 투자해 1208억 원을 배당받았다. 그런데 김 씨의 ‘그분’ 발언이 알려지면서 ‘절반’인 600억 원의 소유주는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실이라면 ‘그분’은 당연히 대장동 특혜 구조를 총괄한 ‘몸통’일 것이다.


지금까지 ‘그분’은 대장동 개발의 실무책임을 맡았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 본부장일 것이라는 추론이 우세했다. 검찰도 앞서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란 실소유주 논란을 놓고 700억 원을 유 전 본부장 몫으로 보고 뇌물약속 혐의로 기소했었다.


그런데 남욱 변호사는 유동규가 ‘그분’일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김만배 씨가 유 전 본부장을 ‘그분’으로 지칭할 수 있었겠느냐”라는 질문에 “그런 기억은 없다”라며 “저희끼리는 형, 동생이었고 가장 큰형은 김만배 회장이었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김만배가 언급한 ‘그분’은 유동규의 ‘윗선’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전날 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부원장을 기소하면서, 민간사업자 김만배 씨가 본인과 친인척 명의로 보유하던 대장동 지분의 24.5%가 “김용 부원장,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유동규 전 성남도개공 기획본부장 몫”이라고 밝혔다는 내용을 공소장에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장동 사업 지분은 성남시가 ‘50%+1주’를, 민간사업자들이 7%, 나머지는 금융사 등이 소유하는 구조였다. 또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소유한 지분 중 49%가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3호를 직간접적으로 지배한 김만배 소유였는데, 그중 절반을 이재명 대표의 ‘측근’ 3인 소유라는 점을 김만배가 인정했다는 내용이 이번 공소장에 담긴 것이다.


검찰은 2020년 7월 이재명 대표가 대법원에서 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받으면서 이 대표의 대선 경선 준비 작업에 들어간 김 부원장 등은 조직 구축을 위해 비용이 필요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김 부원장이 2020년 7월부터 ‘이재명 경선 캠프 조직화 방안’을 짜고 조직을 구성했던 상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원장은 이른바 ‘조직단’ 회의를 매주 열고 그 결과를 정진상 실장과 유동규 씨와 공유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 부원장과 정진상 실장, 유동규 씨는 김만배 씨가 약속한 대장동 개발 이익을 염두에 두고 2020년 9월부터 작년 2월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서 김 씨에게 수익금을 요구했다는 게 김용 부원장 공소장의 내용에 포함됐다고 한다.


다만, 공소장에는 이재명 대표의 이름이 56번 등장했지만, 해당 지분과 이 대표 간의 관계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대장동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이 9일 오후 더불어민주당사에 진입했다.


실제로 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민주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뇌물 수수혐의’ 관련 정 실장의 자택을 압수 수색했고, 정 실장 사무실인 국회 당 대표 비서실, 민주당사 당 대표 비서실에 대한 압수수색 절차도 진행했다.


정 실장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2014년 5000만 원 등 총 1억 40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실장은 위례신도시 사업 관련 남욱 변호사 등에게 내부 정보 등을 준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김용 부원장의 구속 기소에 이어 정진상 실장에 대한 압수수색은 검찰 수사의 칼끝이 ‘대장동 몸통’으로 지목되는 ‘그분’으로 향해 가는 절차일 것이다.


단지 ‘그날’이 언제냐 하는 시기만 남았을 뿐, ‘그분’이 가는 ‘그날’은 반드시 온다는 거다. 사필귀정이고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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