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윤석열 갈등의 본질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3-24 14: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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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이 늦어지고 있다. 양측의 갈등이 폭발 직전까지 다다른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조건 없는 대화를 강조하며 "다른 이들의 말을 듣지 말고 당선인께서 직접 판단해주시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참모 회의에서 "답답해서 한 말씀 더 드린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양측의 만남이 당장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통상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이 확정된 후 10일 이내에 전임 대통령과 회동했지만,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남은 역대 최장기간을 넘긴 상황임에도 아직 회동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무슨 갈등이 있기에 대통령과 당선인이 회동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걸까?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대로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갈등이 폭발한 이유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아니라 결국 인사권 문제였다.


청와대는 대통령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인사 권한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에도 "차기 정부와 일할 사람을 (이전 정부가) 인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인사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앞서 문 대통령이 지난 16일 윤 당선인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당일 오전 전격 취소된 원인 역시 인사 문제였다. 한국은행 총재, 감사원 감사위원 2명,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1명 등 4개 자리의 인사를 둘러싼 견해차가 결정적 원인이었다고 한다.


이런 양측의 갈등은 전날 문 대통령이 오는 31일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은 총재 후임으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ㆍ태평양 담당 국장을 전격 지명하면서 폭발하는 듯 보였다.


청와대가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 인선 과정에서 윤 당선인의 의견을 수렴했다”라고 밝혔으나 윤 당선인 측은 “우리와 협의가 전혀 없었다”라고 즉각 부인하고 나선 것.


그러면서 윤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에게 기습 일격을 당한 것"이라고 분노하기도 했다.


특히 장제원 비서실장은 “청와대가 정식으로 한은 총재 후보 추천을 요청한 적 없다”라며 “이철희 정무수석이 '이창용씨 어떠냐'고 묻기에 내가 ‘좋은 사람 같다’라고 말한 게 전부”라고 공개하기도 했다.


얼핏 보면 마치 한은 총재 인사가 인사권 갈등의 핵심처럼 여겨질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는 갈등의 본질이 아니다. 감사원 감사위원 2명에 대한 인사를 문 대통령이 하느냐, 사실상 윤 당선인이 하느냐가 갈등의 핵심이다.


현재 "양측이 감사위원 1명씩을 추천하자"라는 청와대와 "2명 모두 협의를 거쳐 인사해야 한다"라는 윤 당선인 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공공기관의 기관장도 아닌 고작 감사위원 2명의 인사가 얼마나 중요하기에 양측이 이처럼 갈등하는 걸까?


감사원이 특정 정권의 명운을 가를 '힘'을 지닌 탓이다.


사실 감사원은 그동안 새 정권이 들어선 직후에는 항상 전 정권을 겨누는 감사를 해 왔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남북협력기금 감사,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자원 외교 감사.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감사 등을 실시했다.


그런데 감사원의 최고의사결정 기구는 감사위원회다.


감사위원회는 감사원장에 감사위원 6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4명의 찬성으로 의결이 이뤄진다. 감사위원 2명이 가진 '2표’가 정책 감사의 방향을 좌우하는 결정타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현재 4명의 감사위원 중 김인회 조은석 위원은 친 민주당 성향으로 공석인 2자리마저 친 민주당 성향의 인사가 임명되면 사실상 민주당이 감사위원회를 장악하게 되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물러나고 나면 감사원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해 뚱딴지같이 ‘안보’ 우려를 표명하며 발목 잡는 것은 어쩌면 그걸 양보할 테니 감사위원 2명의 임명은 자신이 하도록 해달라는 압력일지도 모른다.


윤 당선인이 수용하지 않으면 문 대통령은 현 정권 마지막 날(5월 9일)까지 윤 당선인과 협의 없이 감사위원은 물론 다른 공공기관 인사도 강행할 수 있다. 그래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이게 대통령제의 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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