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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가 대장동 의혹 초기에 등장했던 '그분'의 실체를 규명하는 방향으로 전환되면서 이재명 대표의 당내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특히 왼팔 격인 김용과 오른팔 격인 정진상의 구속으로 다음은 ‘몸통’ 이재명 차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유동규와 남욱의 잇따른 폭로가 그를 막다른 낭떠러지로 몰아넣는 분위기다.
정진상은 지난해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당시 유동규에게 “우리는 모르는 척하고 개인 비리로 몰아갈 것이고, 우리 대로 선거를 밀어붙일 테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진상은 지난해 9월 압수수색 당시에는 유동규에게 ‘휴대전화를 던져 버리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도 당시 유동규에게 “침낭을 들고 태백산맥으로 가서 열흘 정도만 숨어 지내라”, “어디 가서 쓰레기라도 먹고 배탈이라도 나서 병원에 입원하라”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진상은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유동규에게 사실상 진술 거부를 종용하고 증거인멸을 교사한 셈이며, 김용은 검찰 출석을 저지하기 위해 도피를 지시한 셈이다.
대체 김용과 정진성이 은폐하려는 진실은 무엇일까?
어쩌면 대장동 ‘몸통’으로 지목되는 ‘그분’의 실체를 숨기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분’은 누구일까?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가 "천화동인1호(화천대유 자회사 중 한 곳)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분’의 실체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가 '그분'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의 검찰은 1차 수사 당시 유동규와 김만배 등 대장동 일당이 공모해 공공으로 귀속될 이익을 자신들이 챙겼다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를 적용해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특히 유동규에게는 천화동인1호 지분 일부에 상응하는 뇌물을 받기로 약속했다며 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천화동인1호의 '그분'이 유동규라고 잠정 결론을 내녔던 것이다.
그런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취임 후 검찰 인사에서 대장동 수사팀이 재편,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들이 대장동 수사팀에 배치되면서 사실상 재수사에 버금가는 수사가 진행됐다.
특히 유동규와 남욱이 근 이 대표에게 불리한 것으로 보이는 진술들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검찰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결국, 남욱이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정진상과 김용의 지분을 '이재명 시장실' 몫으로 알고 있었다고 밝히는 상황까지 맞았다.
이재명 대표도 연내에 강제 소환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그러자 친명계 일색인 민주당 지도부가 검찰 수사로 수세에 몰린 이재명 대표에 대한 ‘엄호’를 강화하는 등 총대를 메고 나섰다.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대통령실 관련 의혹 진상규명단에 이어 21일에는 윤석열 정권 부정비리를 전담하는 당내 기구를 신설하는 등 민주당은 검찰 수사 대응 차원에서 당내 기구의 수도 늘려가고 있다.
검찰 수사로 ‘이재명 리더십’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친명 단일대오’를 유지하려는 노력으로 보이지만 당내에서 이 대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잇따르는 상황이어서 단일대오가 유지될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박용진 의원은 ‘당헌 80조’를 거론하며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정무실장 등의 직무 정지 논의를 촉구했으며 조응천 의원도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앞서 지난 16일 당 의원총회에서 이낙연계 홍기원 의원이 당 지도부에 공개 반발한 바 있다.
당시 박찬대 최고위원 등 친명계 지도부가 이 대표 측근 의혹에 대한 반론을 책자로 나눠주며 설명하자, 홍 의원은 “우리가 왜 이런 교육을 들어야 하냐”고 소리쳤고, 여기저기서 “맞다. 당이 우리 과외 시키는 거냐” 등 불만이 분출됐다고 한다.
아직은 공개적으로 이 대표에 대한 문제 제기하는 인사들은 소수이지만,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 요구 또는 강제수사에 나서면 대응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파열음이 더 커질 것은 불 보듯 빤하다.
친문계 핵심인 홍영표ㆍ전해철 의원 주변에서도 “입을 열 시기가 멀지 않았다”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온다. 12월 중에 이재명 퇴진 분위기가 조성되고 연말 내에 퇴진 작업이 모두 완료되면, 당내엔 비상대책위원장 등 수습형 대표가 들어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설훈·윤영찬 의원 등 이낙연계 인사들이 연말에 이낙연 전 대표를 방문할 계획을 세운 것은 그에 대한 대비일지도 모른다. 당내에서 범죄혐의자 이재명을 감싸고 총대를 메었던 사람들이 ‘낙동강 오리 알’이 되는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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