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허은아, 유승민 대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1-31 14: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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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 출마 여부를 저울질해왔던 유승민 전 의원이 결국 31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사실 그의 불출마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한때 지속적인 ‘윤석열 때리기’를 통해 당내 ‘반윤’의 대표 주자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나, 나중에는 그게 화근이 되어 그의 측근들이 하나둘 떠나면서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실제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유 전 의원을 지지했던 신원식 의원마저 ‘지지 철회’를 선언함에 따라 원내지원군을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 출마하더라도 당선은커녕 의미 있는 득표조차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당 선관위가 이날 당 대표 후보 예비경선을 4명으로 압축한다고 발표했는데, 자칫 컷오프조차 통과하지 못하는 비참한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따라서 그의 불출마는 이미 예견된 일로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그러면 유승민 계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 흔들기를 포기한 것일까?


그건 아닐 게다. 유승민계는 내부 분열이 심화하면 할수록 자신들의 당권장악 기회가 그만큼 더 많아질 것으로 여기는 독특한 집단이다.


실제로 유승민 전 의원은 항상 내부 분열을 통해 자신의 지지기반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새누리당 시절에는 박근혜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자신의 지지세력을 규합해 왔고, 바른정당 시절에는 복당파와 갈등하면서 대권 후보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에선 손학규를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가 실패하자 당을 깨고 나가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했었다. 이후 자유한국당과 통합해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을 만들었으나 당내에서 끊임없이 분란을 일으키는 전략으로 자신들의 입지를 구축했으며, 그 힘을 바탕으로 하태경과 김웅 등 유승민 계는 여당 텃밭에서 공천을 받아 손쉽게 금배지를 달 수 있었다.


그렇게 유승민 계는 당권장악을 위해 끊임없이 내부 분열을 일으켜 왔었다. 그런데 유독 이번에만 그런 전략을 버렸을까?


아닐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의 불출마선언이 유승민계의 ‘당권장악 포기’를 의미하는 건 결코 아닐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포기와 동시에 유승민 계 인사들이 잇따라 최고위원 선거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보면, 당 대표는 못되더라도 최고위원이라도 되어 당 대표를 흔들고, 나아가 당 지도를 장악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실제로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유승민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마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과거 권력의 입김에 따라 자행되던 공천갈등을 혁파하고 상향식 공천을 통해 정당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3월 8일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청년최고위원을 지낸 그가 그 자리를 피하고 일반 최고위원으로 방향을 선회한 이유가 무엇일까?


그는 "지난번 청년 최고위원으로 많은 것을 경험하고 당의 혜택을 입었다"라면서 "그런 기회를 누리는 것보다 다른 정치를 꿈꾸는 청년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어리석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어쩌면 청년최고위원 도전을 회피했다는 비난이 따르고, 그로 인해 비록 조금 망신스럽더라도 무조건 지도부에 입성하고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일지도 모른다.


사실 청년최고위원 후보로는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 유력하다.

 

그런 강력한 경쟁자와 일대일로 맞붙는다는 건 ‘달걀로 바위 치기’처럼 무모한 일로 여겨졌을 것이다. 지성호 의원, 김영호 변호사도 만만치 않은 청년최고위원 후보들이다.


김용태가 청년최고위원 도전을 포기하고 일반 최고위원 경선에 뛰어든 것은 그런 연유다.


유승민 계의 허은아 의원도 최고위원직에 출마하기로 했다.


청년최고위원을 제외한 지도부에 입성할 최고위원 4명 중 1명은 당규에 따라 여성 몫으로 보장된다. 허은아 의원은 아마도 그런 점을 노렸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김용태와 허은아가 당 지도부에 입성하면, 국민의힘은 온갖 내홍으로 몸살을 앓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내홍이 깊어지면 유승민 전 의원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용태와 허은아는 유승민의 대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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