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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소속 권은희 의원의 행태가 갈수록 가관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여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가결된 가운데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이 표결에 참여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권 의원은 1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이 장관 해임건의안 투표에 참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해임건의안 상정에 반발하며 본회의장을 떠났지만, 권 의원은 자리를 지켰다.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이 장관 해임건의안은 재석 의원 183명 중 182명이 찬성해 가결됐다.
물론 국회의원은 누구든 소신에 따라 당과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그걸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게 여러 당을 옮겨 다니며 그 대가로 금배지를 단 권은희 의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05년 여성 경정 특채 1호로 대한민국 경찰이 된 권은희 의원은 2013년 서울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재직 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수사 축소은폐 지시를 폭로하고 사표를 제출했다.
그 대가로 2014년 상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공천을 받아 민주당 텃밭인 광주광역시 광산구을 선거구에 출마해 첫 금배지를 달았다.
당시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관련 폭로에 대한 대가를 바라고 재보궐선거에 출마했다는 ‘보은 공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후 그는 호남에서 민주당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2015년 12월 28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고, 호남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국민의당에 입당해 두 번째로 금배지를 달았다.
이후 바른정당과 합당하면서 안철수의 배려로 당 최고위원과 바른미래당 광주광역시당 위원장에 선임되었다. 그러나 안철수가 바른미래당을 탈당하고 새로운 국민의당을 재창당하자 그를 따라가 비례대표로 세 번째 금배지를 달 수 있었다.
그리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으로 그는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이 됐다.
마치 금배지를 따라다니듯 민주당에서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국민의당, 국민의힘으로 여러 당을 거쳐 다닌 셈이다.
고작 3선 의원이 그 기간에 금배지를 따라 무려 5개 정당을 옮겨 다닌 것이다.
따라서 여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나 홀로 투표’에 참여한 것은 소신이라기보다는 다분히 다음 금배지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사실 금배지에 대한 그의 욕심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국민의당이 국민의힘과 통합하자 그는 “통합반대”를 외치면서도 탈당하지 않았다.
그의 지역구는 야당 텃밭인 광주시에 있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그 지역에서 출마했다가는 낙선할 것이 빤 한기 때문에 발 벗고 통합반대를 외친 것이다. 그러면서도 탈당하지 않은 것은 금배지에 대한 욕심 탓이다.
권 의원은 비례대표인 만큼, 당이 제명조치를 단행하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스스로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당이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면, 탈당하는 게 맞다. 그게 소신이라면 금배지를 떼어 놓고라도 당을 나가는 게 맞다.
지난 8월 국민의힘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권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 9월 ‘당원으로서 허용되는 범위를 넘어선 대외활동은 자제할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며 주의 처분을 내렸었다. 한마디로 금배지를 내려놓고 나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권은희 의원은 금배지를 움켜쥐고 내려놓을 생각이 없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권은희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당과 자신의 생각이 다르다면 당을 떠나야 한다”고 비판한 것은 이런 연유다.
김 의원은 "스스로 당을 떠나면 배지를 떼게 되니 국회의원은 계속하고 싶고, 그러니 제명해달라고 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한마디로 권 의원의 행보는 자신을 ‘제명해 달라’는 간청이라는 것이다.
그래야 이번에 금배지를 내려놓지 않고서도 다음에 또 금배지를 다는 길이 열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권 의원의 모습은 ‘소신’이라기 보다는 오로지 금배지를 향한 탐욕에 눈먼 정치인의 모습을 닮아 여간 씁쓸한 게 아니다. 정말 소신이라면 권 의원은 제명을 요청하기에 앞서 당당하게 자진 탈당하라. 지금 권 의원의 모습은 너무 찌질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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