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정수 300명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11-28 14:16:52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현경병 전 국회의원



한국 정치를 바라보는 우리 국민들은 거의 환멸에 가까운 불신을 표출하고 있다. 온갖 특권을 누리면서 일은 하지 않은 채 정쟁이나 벌이면서 세금을 낭비하고 국정 운영을 어렵게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많은 국민들과 일부 언론에서는 워낙 제 구실을 하지 못하니까 세비를 줄이고 보좌진도 억제하고 예산도 깎자는 주장이 팽배하다. 심지어 국회를 없애 버렸으면 좋겠다거나 의원 숫자라도 확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기 일쑤다.


21대 국회의원이 임기 중인 현재 기준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수는 300명이다. 거의 모든 선진국들이 상·하 양원제를 시행하는 상황과 달리, 우리 국회는 단원제라 상·하원으로 구분되는 별도의 인원은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해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국회의원 숫자는 적은 편에 속한다.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영국이 650명(상원 1165명), 이탈리아 400명(상원 200명), 프랑스 577명(상원 348명), 캐나다 301명(상원 105명), 아일랜드 166명(상원 95명) 등이다.


아마도 한국보다 인구당 의원수가 적은 나라는 미국 정도일 것이다. 미국은 상원의원 100명, 하원의원 435명 해서 상·하 양원을 다 합쳐도 535명이라 의원수가 단연 적기는 하다. 그러나 미국은 정치기구뿐만 아니라 교육·법조 등 국가운영 전반에 걸쳐 국민이 선출한 사람에 의한 위임제도를 철저히 제도화하고 있기 때문에 선출직 인물들이 대단히 많다. 다시 말해 각 분야별로 다양한 정치기구를 형성해 선출직 인사들이 이끌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인구 1억2390만명에 중의원 465명, 참의원 245명으로 한국보다 조금 적지만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인구 1인당 대표성으로 보더라도 한국의 경우 국회의원 1명이 17만명을 대표하여 미국 하원의원 58만명과 비교해 많은 편이지만 일본 17만명 정도와 비슷하고, 영국 9.3만명(상원까지 포함하면 3.3만명), 이탈리아 14.8만명(9.8만명), 프랑스 11.2만명(7.0만명), 아일랜드 2.7만명(1.7만명) 등으로 전 세계에서 미국과 일본을 빼고 나면 우리보다 인구 비례당 의원 숫자가 더 적은 나라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우리 헌정사를 살펴보면 국회의원 숫자를 그리 무리하게 늘인 것은 아니다. 1948년 처음 제헌의회를 구성할 당시 인구수가 2000만명이 되지 않았는데 의원은 200명 정원이었다. 그러다가 1988년 13대 때 299명으로 했다가 지난 2000년 16대 총선을 치르면서 다시 273명으로 줄였다가 17대 때 다시 299명이 되었고 19대 총선에서 300명으로 1석을 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보면 국회가 출발한 이래 의원수는 그다지 늘이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19대 국회조차 299명에서 1석을 늘였다고 비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1석은 세종시 때문인데, 국민의 염원을 담아 신도시를 만들었고 이미 입주까지 이루어지는 마당에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모든 논리를 떠나 1석이 줄고 느는 것이 그렇게 따질 일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치인이 일할 수 있는 여건과 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는지도 따져 보아야 한다. 실제로 그렇지만은 않다. 국회의원이나 정당인들이 정치를 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현실도 봐야 하는 것이다. 심한 말로 하늘에서 신이 내려와도 국민들의 박수를 받는 잘 하는 정치를 하기 어려운 것이 열악한 우리 정치 상황이다.


사실 제대로 된 양질의 정치 서비스를 받으려면 일할 수 있는 환경은 만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비싼 예산이 들어간 만큼 제대로 일하는 지에 대한 감시와 다양한 비판과 응징이 가해져야 맞는다. 경제를 정치 논리로 하면 안되듯 정치도 경제 논리로 하면 안 된다. 기업이 이윤을 얼마나 남기는지 따지듯이 정치에 적용하기는 곤란하다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국회의원 만은 외부의 영향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 국회가 나서면 자기 손으로 얼마든지 고칠 수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그 문제의 해결 방법도 간단하다. 국회가 제 구실을 하도록 고치면 된다. 특별기구를 설치해 논의하는 한편 선진 외국의 좋은 사례들을 검토하며 국회를 정상화 하려는 노력에 나서면 된다.


이렇게 해야 정치에 대한 불신의 벽을 하나하나 허물어 가며 신뢰의 벽돌을 쌓아올릴 수 있는 법이다. 나중에 국민적 신뢰가 단단해진 후에는 통일에 대비한 의회 상·하원 양원제 시행과 과거에 비해 폭증한 국정 현안과 예선 편성권 행사에 준하는 활동을 뒷받침할 적정 의원 수에 대해서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