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상을 지키는, 나는 보호관찰관이다.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6-06-11 14: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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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부보호관찰소 책임관 김정미

20여 년 전, 임용 초기에는 누군가 "보호직 공무원은 무슨 일을 하나요?"라고 물으면 한참을 고민해야 했다. "범죄자가 교도소에 수용되지 않고 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감독하는 업무입니다."라고 설명해도 사람들은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다. 세월이 흐른 지금은 "아, TV에서 봤어요! 그런데 경찰이랑은 다른 건가요? 무섭지 않으세요?"라는 질문이 돌아온다. 예전보다 직업을 설명하는 시간은 짧아졌지만, 여전히 우리의 역할은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는다. 우리가 국민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의 어두운 뒷면에서 묵묵히 업무에 매진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범죄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고 보다 안전한 지역사회를 조성해야 한다는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나의 일상이 보호관찰 업무로 24시간 쉼 없이 흘러가도 불평하거나 중단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엄격함과 따뜻함, 그 경계선에서의 고뇌
보호관찰관의 업무는 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법 집행의 엄격함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사람의 변화'를 이끌어내야 하는 이중의 과제를 안고 있다. 전자감독, 스토킹, 마약, 정신질환 등 고위험 대상자를 감독할 때면 한 치의 틈도 주지 않는 냉철한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준수사항을 위반한 대상자에게는 집행유예 취소 등 제재조치로 법의 엄중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다.

하지만 차가운 감시만으로는 범죄의 고리를 끊어낼 수 없다. 대상자의 상처와 결핍을 채워주는 것 또한 보호관찰관이 지녀야 할 소명이기에, 나는 법 집행의 엄중함과 인간적인 따뜻함의 경계선에서 항상 고뇌한다.

특히 청소년 대상자들을 마주할 때 그 고뇌는 더욱 깊어진다. 국가의 자산이자 미래인 청소년들은 미성숙한 상태에서 죄를 범하는 경우가 많아, 가정과 지역사회의 촘촘한 보호 체계가 필수적이다. 그 중심에 보호관찰관이 있다. 재학 중인 청소년을 위해 담임교사와 수시로 소통하며 학교생활을 지원하고,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해서는 지역 복지센터와 연계해 불량교우 문제, 가정 폭력, 검정고시 응시 등 복합적인 문제를 능숙하게 해결해 나간다.

기억에 남는 두 아이가 있다. 한 명은 마약에 깊이 노출되어 사회로부터 격리하기 위해 소년원 장기 입원으로 처분을 변경했던 소년이었다. 처분 당시에는 나를 원망했던 아이가 얼마 후 편지를 보내왔다.

"보호관찰이 얼마 안 남았을 때 소년원에 보내셔서 원망했었는데, 지금 보니 정말 감사해요. 안 그랬으면 전 본격적으로 마약을 했을 거예요. 여기서 미용 자격증을 따서 멋진 미용사가 되겠습니다."

그 아이는 퇴원 후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또 다른 아이는 부모와의 불화로 가출을 반복하다 학교에서 퇴학당한 청소년이었다. 부모 동반 상담, 전문가 연계, 야간 외출 제한 등 집중적인 감독과 지도를 병행한 끝에 가족관계가 회복되었고, 아이는 검정고시 합격을 거쳐 전문대학에 진학했다.

이들이 평범한 이웃으로 우리 곁에 돌아오는 모습을 볼 때, 가슴 깊은 곳에서 뜨거운 보람이 차오른다. 한 명의 인생을 바로잡는 것은 단순히 범죄자 한 명을 교화하는 것을 넘어, 또 다른 잠재적 피해자의 발생을 막고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만드는 위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성별을 떠난 전문가, 그리고 우리의 효용
성인 대상자 역시 치료적 개입과 사회적 안전망 연계가 중요하다. 기본적인 생활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주민센터와 협조해 수급 지원을 주선함으로써 극단적 선택이나 생계형 범죄를 예방한다. 최근 급증하는 정신질환 및 마약 사범에 대해서는 주기적인 약물 복용 확인과 불시 소변 검사, 중독 전문가 상담 연계를 통해 적극적으로 치료적 개입을 하고 있다. 더불어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을 복지관이나 농가에 투입해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수강명령 프로그램을 통해 성행을 개선해 나간다.

이 모든 과정을 주도하는 보호관찰관에게 성별의 장벽은 없다. 마약이나 성매매 등 대상자의 특성에 따라 직원의 성별이 고려되기도 하지만, 여성 보호관찰관이라고 해서 여성만 감독하는 것은 아니다. 살인, 강도 등 강력 사범은 물론, 폭력성이 내재된 정신질환 대상자도 직접 관리한다. 현장에서 긴장되고 두려운 순간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나는 현명하게 대처하는 전문가이기에 '여성 보호관찰관'이라는 수식어를 원치 않는다. 그저 사명감을 가진, 단단하고 매서운 '보호관찰관'일 뿐이다.

물론 대다수의 일반 시민은 보호관찰의 효용성을 피부로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현장에서 인력과 예산의 부족이라는 차가운 현실에 직면할 때면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보호관찰관들은 그 역할을 가슴에 새기고 오직 사명감 하나로 묵묵히 길을 걸어간다.

마치는 글
오늘도 보호관찰관은 사회적 낙인과 피해의식을 가진 대상자들을 마주하며 현장을 누빈다. 격무 속에서도 밤낮을 가리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 '나의 가족, 나의 이웃이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내가 먼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이다.

우리는 국민이 알아채지 못하는 일상 속 보이지 않는 곳에서, 범죄 없는 안전한 사회를 목표로 묵묵히 일하고 있다. 이 길을 함께 걷고 있는 모든 동료 보호관찰관들을 응원하며, 오늘도 자부심을 담아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나는 국민과 함께하는 보호관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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