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두구육(羊頭狗肉)’과 '우수마육(牛首馬肉)’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8-16 14:19:45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최근 정치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고사성어가 2500여년을 소환(召還)되어 온 ‘양두구육(羊頭狗肉)’이다.


'양두구육(羊頭狗肉)'의 원 출전은 '우수마육(牛首馬肉)'인데 이는 ‘안자춘추(晏子春秋)’에 나온다. '우수마육(牛首馬肉)'이 등장한 시기는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 영공(靈公)때이다. 궁궐 안에서 여인들이 남장(男裝)을 하고 다녔으며, 궁궐 밖의 민간으로도 퍼지게 되었고, 제나라 전체가 남장 여인들로 넘쳐 났다.


남장 유행을 심상치 않게 생각한 신하들이 영공을 찾아가 “남장을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여인들이 남장을 하는 것은 상식(常識)적인 일이 아닙니다. 남장을 법령으로 금지하십시오.”라고 간청했다. ​영공이 보기에도 남장 여인들의 수가 너무 많았고, 심각한 일로 받아들였다. 영공은 여인들의 남장을 법으로 금지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날 이후로 보이지 않아야 할 남장 여인들이 오히려 더 늘어나는 추세였다.

 

신하들은 영공에게 “남장이 사라지지 않은 것은 법령을 시행하는 관리들이 태만하기 때문입니다. 관리들에게 엄정하게 법을 시행하라 이르십시오.”라고 다시 간청했다. 영공은 “남장 여인을 발견하는 대로 겉옷과 허리띠를 베어라. 한 사람의 위반자라도 있으면 단속하는 관리들을 벌주겠다.”고 다시 엄명을 내렸다. 그 날, 단속 관리들에 의해 겉옷과 허리띠가 잘린 여인들이 속옷을 드러낸 채 질주하는 광경들이 벌어졌다.​ 그러나 남장 여인의 수가 전날보다 더 많아져 있었다. 화가 난 관리 책임자는 부하들을 다그쳤다. 거리에서는 또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이러한 광경은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계속해서 벌어졌다.​


엄한 금지령에도 민간에서 남장이 사라지기는커녕 더 많아지는 것을 보고 받은 영공은 분노했다. 답답해진 영공은 제나라의 지혜로운 재상(宰相)이었던 안자(晏子)에게 어찌해야할지 대책을 물었다. 안자는 제나라 임금 영공에게 돌직구를 날렸다.


"주공(主公)이 총애하는 첩인 융자(戎子)가 남장을 하고 다니면서 퍼진 유행입니다. 주공께서는 지금 남장 여인에 대해 궁궐 안에서는 허용하고, 밖에서는 금지하고 계십니다. 이것은 문밖에는 소의 머리를 내걸고 안에서는 말고기를 파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궁궐 안에서 먼저 금지한다면, 밖에서도 남장하는 여인은 찾아볼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안자의 말을 듣고 크게 깨달은 영공이 궁궐 안부터 남장을 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그러자 안자의 말대로, 한 달이 안 되어 제나라 전국에서 남장하는 여인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고사에서도 나왔듯, '양두구육(羊頭狗肉)'의 원래 형태는 ‘우수마육(牛首馬肉)’이었다. 소의 머리를 걸어놓고 말고기를 판다는 뜻이다. 이는 후대에 구전되며 소고기가 양고기로, 말고기가 개고기로 바뀌어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고사성어로 굳어졌다고 한다.


안자의 영공을 향한 ‘우수마육(牛首馬肉)’은 시의적절 했지만, 국토가 폭우에 유린되고 막대한 인명ㆍ재산 피해까지 더해져 국민들이 고통 받는 시기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양두구육(羊頭狗肉)’은 시기도 내용도 선을 넘었다.


불과 100일전 초심으로 돌아가 생각해보자. 문재인 정권에서 절망감, 자괴감, 울분을 삼키며 자유민주주의ㆍ국민주권주의시장경제를 지켜내기 위해 간절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간신히 우리는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정권교체를 이룬 국민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집권 100일을 바라보면서 참 안타까운 심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금 문재인 정권보다 더한 이재명 민주당이 확실시 되고 있다. 지금 우리는 다른 선택의 길이 없다. 어떻게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고쳐 쓸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絕體絕命)의 화두(話頭) 밖에 없다.


지금 국민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쳐다보고 있다. 이제 국민들이 기대하고 기댈 곳은 윤 대통령 밖에 없는 것 같다. 윤 대통령에게 이 전 대표가 역행보살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안자의 영공을 향한 ‘우수마육(牛首馬肉)’의 깨우침이 되시길 바란다. 대통령께서 먼저 궐 안의 비상식(非常識)을 걷어 내시길 바란다. 궐 밖 민심도 윤석열 정부에 뜨겁게 화답할 것이다. 그래서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를 만들고 지켜내야 한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