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승리 비법 ‘우리끼리’가 아니라 ‘함께하자’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2-16 14: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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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정말 조그마한 돌멩이 하나라도 다 우리 편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 소홀히 할 수가 없습니다. 어떤 돌멩이도 발로 차면 안 됩니다.”


이는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원희룡 정책본부장의 말이다.


맞다. 현재 정권교체 여론이 과반이지만, 집권세력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여당은 국회 의석의 3분의 2에 달하는 의석을 점유한 거대 정당이다. 지방자치 단체까지 영남을 제외하고는 싹쓸이하다시피 한 만만치 않은 세력이다.


그들을 상대로 “우리끼리만으로도 승리할 수 있다”라며 ‘보수결집’을 주장하는 건 매우 어리석은 전략이다.


패색이 짙은 진영에서 단지 격차를 줄이기 위한 극약처방으로 사용하는 것이 ‘진영 결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적폐청산’ 발언을 ‘정치 보복’ 프레임으로 만들어 ‘진보결집’을 유도한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어차피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면 그 격차라도 줄여서 지방선거까지 영향이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일 것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의 ‘분노’ 소식에 진보진영이 결집했고,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 간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그 효과는 ‘딱’ 거기 까지다.


문 대통령의 ‘우리끼리 뭉치자’라는 신호는 비록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을 소폭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오긴 했지만, 되레 세력확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30%대 지지율을 고착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그 틀을 깨기 위해 이재명 후보가 꺼낸 카드가 바로 ‘통합정부론’이다.


실제 이 후보는 야권의 ‘정권교체론’에 맞서 “네 편 내 편 가르지 않고 실력에 따라 사람을 쓰겠다”라며 연일 ‘통합정부론’을 내세우고 있다.


심지어 이 후보의 ‘통합정부’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 후보 등 진보진영 인사는 물론 보수진영의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까지 함께할 수 있다며 추파를 던지고 있다.


박광온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은 16일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정권교체가 만능이 아니다. 승자독식과 증오의 정치를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며 “모든 정당과 우리 사회에서 각각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는 세력들이 함께하는 정치가 시대정신”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통합정부론은) 함께할 수 있는 모든 분이 함께하는 새로운 정치”라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포함해 심 후보와 김 후보까지 다 포함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해 “유 전 의원은 원내대표 시절 중부담·중복지 제안을 해서 큰 울림을 주신 분”이라며 “유 전 의원과도 통합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응천 민주당 선대위 공동상황실장도 같은 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이 후보의 통합 의지는 아주 단호하고 분명하다”라며 “그 누구도 제한이 없다”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분노’ 메시지가 진영을 결집하는 효과를 내었지만, 그로 인해 세력확장에 걸림돌이 되자 이 사람 저 사람을 마구잡이로 끌어모으기 위해 일단 던지고 보는 모양새다.


하지만 거론되는 대상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미 ‘우리끼리 뭉치자’라는 메시지를 해놓고 뒤늦게 ‘함께 하자’라고 손을 내밀면 누가 그런 손을 잡겠는가.


너무 늦었다. 처음부터 ‘우리끼리’가 아니라 ‘함께 하자’는 메시지를 냈어야 했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 쪽은 아예 그런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으니 문제다.


초기에 김한길, 이수정 등 상대진영에 있던 사람들까지도 포용했던 윤석열 후보는 ‘우리끼리’만으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이준석 대표의 반발에 부딪힌 이후 아예 세력확장 노력을 접은 모양새다.


원희룡 본부장이 말하는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라도 소중하게 모으려는 모습이 안 보인다.


고집부리는 안철수도 내치지 말고 끌어안아야 하겠지만, 그 이외에도 중립지대에 남아 있는 인사들을 삼고초려(三顧草廬)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만에 하나라도 ‘다 이긴 선거’라는 생각에 그런 것이라면 그런 생각을 접어야 한다. 상대는 막강한 권력을 거머쥔 집권세력으로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윤석열 후보는 국민의힘 만으로도 이길 수 있다거나 보수결집만으로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들을 경계하고 멀리하라.


윤 후보는 압도적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국민의 여망을 담는 큰 그릇이 되어야 한다. 문호를 활짝 개방하고, 세력확장을 도모해야만 집권 이후에도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하다.


대선 승리 비법은 ‘우리끼리’가 아니라 ‘함께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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