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국민통합’ vs 野 ‘편 가르기’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5-18 14: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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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를 찾아 5ㆍ18 민주 영령들을 추모하며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보수정당 출신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기도 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광주시 국립5ㆍ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ㆍ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자유민주주의를 피로써 지켜낸 오월의 정신은 바로 국민통합의 주춧돌”이라며 “오월의 정신이 우리 국민을 단결하게 하고 위기와 도전에서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고 저는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취임사에 빠졌던 ‘통합’이라는 단어를 두 차례 언급하며 국민통합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당시 필자는 <윤석열 정부에 바란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를 32번이나 언급했으나 ‘통합’은 단 한 차례도 거론하지 않았다”라며 “물론 자유와 인권, 공정, 연대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게 국민통합”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내 편 네 편으로 갈려 서로 헐뜯는 문재인 정권과 같은 정부가 아니라 함께 손잡고 미래를 향해 뛰는 통합 국가의 초석을 닦아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그런데 이날 윤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호남 주민들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특히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편 가르기’ 하는 것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에 염증을 느낀 국민에게는 사이다와 같은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입법부다.


국회법은 국회의장의 당적 보유 및 상임위원회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의장이 되면 소속 정당을 탈당해야 한다. 물론 국회 운영의 중립성을 위해서다. 비교적 계파색이 옅거나, 온건하고 합리적인 다선 의원이 국회의장을 맡아온 것도 같은 이유다.


실제로 여야 간 첨예한 갈등상황에서도 대놓고 자신이 속해 있던 정당 편을 드는 국회의장은 없었다. 적어도 형식적으로나마 중립적인 모양새는 갖추었다.


여야 간 갈등을 최소화하고 ‘협치’를 위해서라도 그런 모습은 필요하다. 그런데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을 맡을 원내 제1당인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작태를 보면 국회의장에게 그런 기대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의 내부 경선을 거쳐 국회의장 후보를 1명으로 간추린 후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로 선출한다. 지금 원내 1당은 민주당이다. 민주당 내부 경선에서 승리한 자가 국회의장이 되는 것이다.


현재 당내 최연장자인 5선의 김진표 의원을 비롯해 5선의 이상민 조정식, 4선 우상호 의원이 오는 24일 의원총회에서 펼쳐질 경선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통상 최다선, 연장자가 의장을 맡는 게 관례인 데, 그 관례가 깨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경선을 의식한 의원들 사이에선 ‘민주당’을 강조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김진표 의원은 지난 16일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신을 통해 "제 몸에는 민주당의 피가 흐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분류되는 조정식 의원은 “국회의장이 되더라도 민주당의 일원임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 정신을 근본에 두고 국회의장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에 맞서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킬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국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예 대놓고 국회의장의 중립성을 지키지 않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행정부 수반인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강조하는 마당에 입법부 수장이 되려는 사람들이 벌써 경쟁적으로 ‘편 가르기’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으니 나라 꼴이 어찌 될지 참으로 걱정이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오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는 민주당 참패를 예고하고 있다. 직전 문재인 대통령의 ‘편 가르기’에 유권자들이 염증을 느낀 탓이다. 그런데도 이를 반성하지 않고 중립을 지켜야 할 국회의장 후보라는 사람들이 대놓고 ‘민주당 편’을 선언하고 있다. 대선에서 패배하고도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민주당을 보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매 맞기를 원한다면 유권자들은 기꺼이 회초리를 들 것이다. 매서운 투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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