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공개하라는 민주당의 ‘고약한 심보’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6-21 14: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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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북한군에 의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군 특수정보(SI) 공개를 제안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검토해보겠다”라면서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서 기자들이 ‘민주당이 SI 공개할 테면 공개하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라고 하자 “SI라는 것이 국민께 그냥 공개하는 것이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라며 “그런 걸 공개하라고 하는 주장 자체는 좀 받아들여지기가 어렵지 않나 싶은데 한번 검토해보겠다”라고 밝혔다.


앞서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MBC라디오에 나와 “여당이 (SI를) 공개하자고 하면 공개하자”라고 제안했다. 우 위원장은 “(공개하면) 우리가 하는 첩보를 모으는 방법이 다 노출되는 건데 그걸 노출할 정도로 월북인지 아닌지, 당시 어떤 첩보가 입수된 건지,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가리는 게 그렇게 중요한 문제냐”며 이같이 밝혔다.


국가정보원 출신인 김병기 민주당 의원도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국민의힘이 여당이다. 국방부 SI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러면 국방부를 통해서 미국의 자료를 가져다 공개하도록 얘기하면 되는 것”이라고 가세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예민한 정보를 미국이 쉽사리 공개하라고 동의하지 않으리라고 국민의힘도 생각할 것"이라며 "사실 이런 정보를 공개하라면 그다음부터는 (미국과) 정보 공유라는 거는 끝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우상호 위원장이나 김병기 의원은 “SI 공개”를 주장하지만, 국가안보와 미군과의 정보 공유, 한미동맹 관계 등을 고려할 때 공개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공개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SI 공개를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마디로 논점 흐리기 전략이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표류하던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대준 씨가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뒤 시신이 불태워진 사건은 2020년 9월 22일 발생했다. 해경은 같은 해 10월 22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겸한 기자 간담회에서 “도박으로 돈을 탕진한 이씨가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해양경찰서는 지난 16일 언론브리핑을 열고 2020년 9월 21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다음 날 서해 북한 해역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사망한 이씨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1년 9개월 만에 ‘월북으로 판단된다’라는 수사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따라서 야당이 당시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던 문재인 정권의 개입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육군 중장 출신인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 “청와대 안보실과 민정수석실의 보도지침과 수사 가이드라인 때문에 뒤집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이 공개하지 못할 것을 빤히 알면서도 논점을 흐리려고 “SI 공개”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공개하지 못하면 ‘월북’으로 판단된다는 애초 해경의 발표를 뒤집은 게 문제라는 공세를 펼치기 위한 ‘고약한 전략’이 담겨있다.


그러나 정말 떳떳하다면 미국과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대통령기록물을 일부 공개하는 건 어떨까?


때마침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SI 공개보다는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부분을 공개하자”라고 역제안했다.


국회 재적의원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대통령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압도적 원내 1당인 민주당이 동의하기만 하면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서해 공무원피격 부분을 공개할 수 있는 셈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따져 봐야 하고, 특히 미군과의 정보 공유에 악영향을 미칠 SI 공개가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이 동의하기만 하면 열람이 가능한 대통령기록물 공개가 합리적이다.


그런데도 “SI를 공개할 테면 해보라”라고 으름장을 놓는 민주당의 심보가 고약하기 이를 데 없다. 차제에 지난 2019년 11월 발생한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의 진상도 규명해 보자. 필요하다면 이와 관련한 대통령기록물도 열람할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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