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붕괴사고 '人災'··· 시공·감리등 총체적 부실

여영준 기자 / yyj@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3-14 15: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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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시공 무단 변경··· 콘크리트 강도 불합격 수준
정부, 현대산업개발에 법령상 최고 수위 처벌키로

[시민일보 = 여영준 기자] 지난 1월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 화정아이파크의 외벽 붕괴사고는 총체적인 관리부실로 인해 발생한 인재인 것으로 확인됐다.

붕괴가 시작된 39층의 바닥 시공 방식이 설계와 다르게 무단으로 변경되면서 하중의 전달 경로가 바뀌었고, 3개 층에 걸쳐 있어야 하는 가설지지대(동바리)가 조기에 철거돼 연속적인 붕괴를 초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정부는 현산측에 법상 최고 수위의 처벌을 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현산 아파트 신축공사 붕괴사고 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는 14일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사고는 지난 1월11일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주상복합 201동 공사현장에서 39층(PIT) 바닥슬래브 콘크리트 타설 작업 완료 직후 PIT층 바닥이 붕괴되면서 시작됐다. PIT층은 38층과 39층 사이에 배관 등을 설치하기 위한 별도의 공간이다.

사조위는 조사 결과 건축 구조·시공 안전성 측면의 사고원인을 크게 3가지로 압축된다고 밝혔다.

먼저 조사 결과 당시 현장에서는 39층 바닥 시공 방법과 지지방식을 당초 설계와 다르게 임의로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39층 바닥을 만들기 위해 콘크리트를 타설하면서 PIT층에 동바리를 설치하도록 설계됐는데 동바리 대신 콘크리트 가벽을 설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PIT층은 일반 층과는 달리 높이가 낮아 작업자가 직접 들어가서 동바리를 설치하기 어려워 현장에서 임의로 콘크리트 가벽 설치로 방법을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현장에서 PIT층에 콘크리트 가벽을 설치하는 설계 변경 논의가 이뤄졌음에도 이에 따른 구조설계 안전성 검사를 하지 않아 사고를 막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규용 사조위원장(충남대 교수)은 "PIT층에 가벽이 임의로 설치되면서 PIT층 슬래브에 하중이 증가됐고, 하중의 전달 경로가 변경됐다"며 "이로 인해 PIT층 슬래브의 처짐이 커지고 균열이 증가하면서 중앙부로 콘크리트 쏠림 현상이 발생해 최초 붕괴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36∼39층 3개 층에 있어야 하는 동바리가 조기에 철거돼 건물의 연속 붕괴를 유발한 중요한 원인으로 조사됐다.

건축공사 표준시방서에 따르면 시공 중인 고층 건물의 경우 최소한 아래 3개 층에 동바리를 설치해 위에서 내려오는 하중을 받아줘야 하는데 사고 당시 현장에서 동바리는 철거되고 없었다.

조사위는 자체 확인 결과 3개 층의 동바리는 작업 편의를 위해 미리 철거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36∼38층에 이르는 동바리는 39층 콘크리트 타설이 되는 시점에는 어떤 이유에서건 제거되면 안된다"면서 "구조적인 위험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동바리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큰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조위는 붕괴 건축물에서 채취한 콘크리트 시험체의 강도를 시험한 결과 총 17개 층 가운데 15개 층의 콘크리트 강도가 허용 범위인 기준 강도의 85%에 미달해 불합격 수준으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시공사와 감리의 공사관리도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산은 아파트 구조설계를 변경하면서 건축구조기술사에 대한 검토 협조를 누락했으며, 감리단은 거푸집 설치 및 철근 배근, 콘크리트 타설 등 세부 공정을 제대로 검측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36∼38층의 동바리가 제거된 상황을 검측하지 못하고 후속 공정을 승인한 것은 이번 사고가 대형 사고로 이어지게 만든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조위의 원인조사 결과를 엄밀히 검토해 제재 방안을 포함한 재발방지책을 3월 중에 발표할 계획"이라며 "사건이 중하고 사고 재발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법령이 정하는 가장 엄정한 처벌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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