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추락사 현장에 '피 묻은 안전모' 가져와 증거 조작

최문수 기자 / cm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01-03 15: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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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 숨기려 범행··· 아파트 관리소장 등 구속
前 입주자 대표회장·관리업체 대표도 불구속 기소
[의정부=최문수 기자] 소속 근로자 사고 현장에 피 묻은 안전모를 몰래 가져다 두는 등 중대재해를 은폐·조작한 업체 관계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의정부지검 형사4부(이상훈 부장검사)는 A 아파트 관리업체 소속 관리소장 B씨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또한 B씨와 함께 범행 현장 조작 등에 가담한 해당 아파트 전 입주자 대표회장 C씨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교사 혐의로, A 업체 대표이사 D씨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중처법)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2022년 7월4일 경기 양주시에 있는 한 아파트 지하에서 사다리를 이용해 배관 점검을 하던 A 회사 소속 직원 E씨가 사다리가 부러지며 추락했다.

E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다음날 결국 숨졌다.

A 업체는 소속 직원이 약 2400명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B씨가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한 점을 토대로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E씨가 착용했다고 하는 안전모의 혈흔 등이 수상하다고 판단해 집중 조사했다.

E씨는 머리를 크게 다쳐 피도 많이 흘렸는데, 안전모에는 외부에만 피가 묻어 있었던 것이다.

결국, 사고 당시 E씨는 안전모와 안전대 등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C씨와 B씨가 공모해 사고 직후 안전모에 E씨의 피를 묻혀 현장에 둔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현장 안전 관리를 제대로 안 한 과실이 드러나면 더 큰 처벌과 불이익을 받을 것이 두려워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거기다 이들은 2020년에도 E씨가 사다리 위에서 전등을 갈다 떨어져 다치자 출근부를 정상 출근한 것처럼 조작해 산재보험 처리를 안 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B씨는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구속되는 등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됐다.

검찰은 이후 A 회사와 D 대표 역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을 확인하고 D 대표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의정부 지검 관계자는 "보완 수사를 통해 산업재해 은폐·조작 범행이 추가로 밝혀졌다"며 "검찰이 중처법 범행을 직접 입건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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