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가습기 살균제' sk케미칼·애경 유죄 판결 파기

박소진 기자 / zini@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12-26 15: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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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法 "옥시 제품과 별개···공동정법 처벌 못해"
공소시효 만료 일부범죄 면소판결 가능성 커져
[시민일보 = 박소진 기자]인체에 해로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및 판매한 혐의로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가 다시 재판을 받게 됐다.


대법원은 두 회사와 주원료가 다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를 함께 사용한 피해자들이 어떤 제품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는지 구체적으로 따져보지 않은 원심 판단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6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74)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65) 전 애경산업 대표에게 각각 금고 4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는 각 회사에서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등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해 소비자 98명에게 폐 질환이나 천식 등을 앓게 하고 그중 12명을 사망케 한 혐의로 2019년 기소됐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 98명 중 94명은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옥시 등 여러 회사의 가습기 살균제를 함께 사용한 '복합 사용자' 그룹이다.

검찰은 이들 회사의 임직원을 업무상 과실치사죄의 공동정범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 법원은 검찰의 논리를 받아들여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신현우 전 옥시 대표 등과 과실범의 공모 관계를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옥시 사건의) 피고인들이 제조·판매에 관여한 가습기살균제의 주원료는 PHMG 등이고, 이번 사건 살균제의 주원료는 CMIT/MIT로, 그 주원료의 성분, 체내분해성, 대사물질 등이 전혀 다르고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활용하거나 응용해 개발·출시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어떤 제품이 개발·출시된 후 경쟁업체가 '기존 제품과 주요 요소가 전혀 다른 대체 상품'을 독자적으로 개발·출시한 경우에는 사망 또는 상해의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정을 공동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즉 SK케미칼·애경산업의 가습기살균제와 옥시 등이 제조·판매한 가습기살균제는 전혀 별개의 상품이기 때문에 이들을 공동정범으로 묶어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어 대법원은 "원심(2심)은 피고인들과 관련사건 피고인들(옥시 등) 사이의 공동정범 성립을 인정했고 이를 전제로 공소시효 완성에 관한 피고인들의 주장을 배척했다"며 "피고인들의 업무상 주의의무위반과 피해자들의 사망 또는 상해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타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관련 사건의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배제하고 이 사건 가습기 살균제와 복합사용 피해자들의 사망 또는 상해 사이 인과관계가 있는지 추가 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공소시효가 완성된 혐의에 대해선 면소가 이뤄질 가능성 또한 커졌다.

다수 피해자가 2010∼2011년에 숨졌는데 검찰이 홍 전 대표와 안 전 대표를 기소한 시점은 2019년이다. 업무상과실치사죄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검찰은 공범이 기소되면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근거로 공소시효 만료 전에 옥시 측이 먼저 기소됐음을 들어 이들을 기소했지만, 옥시 측과 공범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나면 일부 피해자들에 대한 범죄는 면소 판결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SK케미칼은 이번 판결에 대해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이번 판결과 별개로 피해자분들의 고충이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죄송스러운 심경"이라며 "피해 회복을서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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