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뇌전증' 병역면탈자·공범 47명 불구속 기소

박준우 / pjw1268@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3-02-09 15: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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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조재성 등 선수 9명·배우 송덕호 포함
가족·지인 5명도 함께··· 119 신고 목격자 행세

[시민일보 = 박준우 기자] 뇌전증 환자 행세를 하며 뇌전증 진단을 받아내 병역 등급을 낮추거나 면제 받은 병역면탈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9일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박은혜 부장검사)는 프로스포츠 선수와 배우 등 병역면탈자 42명을 비롯해 이들을 도운 가족·지인 5명 등 총 47명을 병역법 위반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42명의 병역면탈자들은 브로커 구 모(47·구속기소)씨로부터 뇌전증 진단을 위한 시나리오를 전달받아 시나리오대로 뇌전증 환자 행세를 한 끝에 허위 진단서를 발급받는 데 성공했고, 이를 병무청에 제출해 병역 등급을 낮추거나 감면받은 혐의를 받는다.

뇌파검사에서 이상이 나오지 않더라도 발작 등 임상 증상을 지속적으로 호소하면 뇌전증으로 진단받을 수 있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시나리오는 의뢰인이 뇌전증 발작이 왔다며 119에 신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의뢰인들은 응급실에 실려가고 난 이후에는 동네 병·의원과 대학병원 등 3차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며 1~2년에 걸쳐 허위로 뇌전증 환자 기록을 만들었다.

이들의 가족과 지인들은 119 신고 과정에서 목격자 행세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구씨는 의뢰인들이 거짓 뇌전증 환자로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병원 검사 전 실제 뇌전증 치료제를 복용시키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급하게 군 면제를 받아야 하는 의뢰인들에게는 발작 등 허위로 119에 신고해 대학병원 응급실로 보냈다.

의뢰인들은 작게는 300만원에서 많게는 6000만원의 컨설팅 비용을 구씨에게 건넨 것으로 드러났으며, 구씨가 이들에게 받아낸 돈은 6억3425만원에 달한다.

검찰과 병무청은 조사 과정에서 이들의 자백을 받아냈다.

기소된 병역면탈자에는 프로배구 선수 조재성(28·OK금융그룹)씨를 비롯해 총 9명의 운동선수와 조연급 배우 송덕호(30)씨 등이 포함됐다.

병역면탈자들은 유죄가 확정될 경우 다시 병역판정을 받은 뒤 재입대해야 한다.

현재 검찰은 또다른 브로커 김 모(38·구속기소)씨와 의뢰인들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한편 브로커 구씨는 지난 1월27일 열린 첫 공판에서 병역법 위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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