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위법 아니다"

박소진 기자 / zini@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4-10-21 16: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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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배임행위 단정 못 해"
영풍 2차 가처분신청도 기각
임시주총 표 대결 치열할 듯

[시민일보 = 박소진 기자]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법원이 또 고려아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21일 영풍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낸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지난 2일에도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 측이 최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바 있다.

이번 2차 가처분 신청은 고려아연이 이달 4~23일 자사주를 주당 89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영풍 연합 측이 자사주 매입은 배임 행위에 해당한다며 이를 막아달라는 취지로 제기한 것이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자사주 매수가 적대적 인수ㆍ합병(M&A)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자본시장법은 '주권상장법인이 상법 제341조 제1항이 규정하는 방법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이사회 결의로써 자기 주식을 취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공개매수가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도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영풍 연합의 주장에 대해 "매수한 자기 주식을 전부 소각하기로 한 이상 이를 업무상 배임행위라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법 및 자본시장법에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거나 선행 공개매수가 있었던 경우 자기주식 취득을 금지하는 규정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며 "공개매수 목적에 경영권 방어가 포함돼 있어도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고려아연은 오는 23일까지 예정된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해 의결권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법원 기각 결정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자사주 공개매수를 완료한 뒤 의결권을 최대한 확보해 적대적 인수ㆍ합병(M&A)을 막겠다"고 밝혔다.

현재 영풍 연합 측은 지난 14일 끝난 공개매수를 통해 회사 지분율을 38.47%까지 올린 상태이며, 최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인 베인캐피털이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지분율을 36.49%까지 늘릴 수 있다.

이번 법정 공방 2라운드에서는 고려아연이 승리했지만, 업계에선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지분율 격차가 크지 않아 임시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고려아연의 지분 7.83%를 보유한 국민연금의 선택이 변수로 작용될 수 있다.

앞서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하겠다"고 언급했다.

비철금속 제련기업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회사로, 현재 최씨 일가가 경영을 맡고 있다.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경영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두 일가 간의 지분 매입 경쟁이 시작되며 경영권 갈등이 격화됐고, 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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